더불어민주당의 전국 지역위원회 인사들은 최근 출퇴근 시간마다 교통 요지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인사를 하고 있다. 총선 등 주요 선거 때나 주로 하는 ‘출퇴근 피케팅’이다. 지역위원회마다 경쟁적으로 홈페이지에 올리는 ‘인증샷’ 중엔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들도 대거 눈에 띈다. 피켓 속에 ‘후쿠시마’나 ‘오염수’ 등의 단어보다 자기 이름을 더 크게 써놓은 경우도 허다하다.
민주당 전국 시도당은 지역별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5월 26일 이재명 대표가 광화문광장에서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을 연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심지어 당은 전국 시도당별 서명운동 실적 현황을 지난해 이태원 참사 때 받은 서명운동 실적과 비교한 표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전남이 이태원 참사 때보다 2배 이상 많이 받아 1위였고 이어 전북(133%), 경남(132%), 경북(127%), 부산(105%), 경기(101%) 순이었다. 경쟁은 이뿐만이 아니다. 당은 최근 “지도부 지시”라며 지역별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현수막을 몇 개씩 내걸었는지도 취합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국민적 참사마저 정쟁용으로 활용하나”, “총선을 앞두고 줄 세우기라도 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이런 불만에 아랑곳하지 않고 민주당은 7월 한 달간 전국을 돌며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대회를 이어간다고 한다. 7월 초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오염수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에 맞춰 호남과 충청, 제주 등을 돌며 당 최고위원회의와 규탄대회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보고서도 나오기 전인데 “IAEA도 못 믿는다”며 일단 길거리로 나가겠다는 민주당의 행보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의 사전 선거운동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국회 밖으로 이슈를 들고나와 정쟁화한 것이 효과도 있었다. 최근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당이 후쿠시마 오염수로 총공세에 나선 뒤로 상대적 약세였던 강원과 부산, 경남 등 이른바 ‘동해·남해 벨트’에서 지지율이 일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과 피켓 속 자극적 문구와, 장외집회 때마다 당 대표란 사람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돌팔이”, “핵폐수” 등 날것 그대로의 표현이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불안감과 갈등은 어찌할 것인가.
이 대표는 22일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민심을 직접 듣겠다며 찾아간 강릉 주문진 시장에서 “장사가 안 돼서 죽겠다”는 상인들의 애끓는 하소연을 직접 수없이 들었다. 한 상인은 “여름 휴가철이라 손님들 올 때 됐지 않냐”는 이 대표의 질문에 “안 올 것 같다. 방송에서 때려서. 눈만 뜨면 뭐라고들 해서”라고 대답했다. 멍게 양식을 한다는 한 수산업자는 “올해 판매량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가격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게 전부 다 심리적 불안 요소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 때문에 도리어 장사가 더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민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이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년 총선을 앞둔 자기 장사인지 유권자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