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의 한적한 시골 마을. 왜소증을 지닌 30대의 핀바가 간이역이었던, 지금은 폐쇄된 역의 사무실로 이사 온다.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푸드 트럭을 모는 라틴계 청년 조는 따분했던 참에 핀바가 친구처럼 반갑다. 하지만 핀바는 자신이 난쟁이라서 조가 호기심으로 접근한다고 여겨 쌀쌀맞게 대한다. 핀바는 기차 모형 완구점에서 오래 일했는데, 사장한테서 이 기차역의 땅을 유산으로 받았다. 사람과 접촉하는 걸 끔찍이도 싫어해 외진 이곳이 마음에 들지만 첫날부터 친한 척하는 수다쟁이 조와 촌구석과는 어울리지 않는 세련된 미인 올리비아, 이 둘과 본의 아니게 엮인다.
핀바는 기찻길이 좋다. 두 선로 사이는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다. 평생 평행선이다. 사람들과도 이랬으면 좋겠다. 호기심으로 다가와서는 상처만 주고 멀어진다. 그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않으리라, 마음먹지만 올리비아가 집들이 선물로 술 한 병을 들고 와서는 불쑥 고백한다. 2년 전에 하나뿐인 자식을 잃었다고. 자신의 실수였다고. 그녀가 홀로 이사 온 지 반년이 넘었지만 아무도 그녀의 아픔을 몰랐다. 넉살 좋은 조도 그녀가 틈을 주지 않아 어려워한다. 이런 그녀가 초면인 핀바에게 자신의 상처를 내보인다. 그녀는 첫눈에 안 거다. 핀바는 남의 상처를 쉽게 동정하거나 약점으로 삼지 않으리란 걸.
조는 자신의 단골이 핀바를 놀린 게 마음에 걸려 하루치 장사를 접고 그의 곁을 지킨다. 핀바가 밀어내도 넉살 좋게 버티며 시간을 같이 보낸다. 조도 아버지 때문에 삶의 무게가 버겁지만 낙천적 기질 덕에 핀바와 올리비아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자신의 삶에 아무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핀바는 어느덧 그 둘과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걸 깨달은 핀바는 더 이상 예전의 키 작은 핀바가 아니다.
좋은 가족은 못 뒀어도 좋은 친구를 가졌다면 그 사람은 행복하다. 넘어져도 끝까지 손잡고 일으켜줄 존재는 형제보다도 친구일 때가 많다. 무릇 어린 시절 친구가 최고라고들 하지만, 나이 들어 사귄 친구도 그 못지않다. 일상 중에 어쩌다 마주친,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맺어준 관계. 서로의 인생길을 가다가 하나의 꼭짓점에서 교차할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상대의 존재를 알아채면 마치 태어나기 전부터 맺어진 인연처럼 각별해진다. 핀바, 조 그리고 올리비아. 각자 개성이 강하지만 이들 셋이 모이면 간이 딱 맞는 음식처럼 편안하다. 계단으로 치면, 턱이 낮아 오르막인 줄 모르고 편히 걸었는데 어느새 꽤 높은 곳까지 올라온 뿌듯함을 선사하는, 차곡차곡 관객의 마음에 작지만 단단한 집을 짓는 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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