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의 소위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을 몇 개 봤더니 어안이 벙벙해졌다. 국어 문제는 한글이라 읽을 순 있었지만 용어가 생소해 이해는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이걸 풀 수 있다면 바로 행정고시나 금융 관련 전문 자격시험 등을 봐도 될 것 같았다. 일부 수학 문제는 “지구인이 풀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얘기도 있다. 5지선다인 수능은 보통 정답률이 20%는 나와야 정상인데 오답률이 무려 97.5%인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수능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修學)할 수 있는 능력을 보는 것인데 이런 문제들이 대학 수업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킬러 문항은 결국 쉽게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입시 행정 편의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수능은 교수가 아닌 일선 담당 선생님들을 많이 포함시켜 누구나 꼭 알아야 할 문제를 교과서 내에서 출제하도록 해야 한다. 일타 강사가 묵묵히 일하는 일선 선생님보다 돈벌이도, 문제 풀이도 낫다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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