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 12월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우리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여신의향서를 발급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억 원을 받기로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 불참하고 여신의향서만 발급해줘 박 전 특검이 약속받은 금액은 50억 원으로 줄었다고 한다.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업자들에게서 8억 원을 받은 혐의도 구속영장에 포함됐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1월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남욱 변호사에게서 3억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박 전 특검이 받기로 한 200억 원의 일부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또 박 전 특검은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5억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장동 개발이익이 실현되기도 전에 김만배 씨 등이 박 전 특검에게 거액을 제공했다면 그만큼 박 전 특검의 역할을 중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은 화천대유에서 일했던 박 전 특검의 딸이 대여금 등 명목으로 받은 25억 원도 박 전 특검이 받기로 한 돈의 일부인지 조사하고 있다. 박 전 특검 본인은 화천대유에서 고문료로 2억55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천화동인 4, 6호 실소유주인 남 변호사, 조우형 씨를 변호한 적도 있다. 박 전 특검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측근 양재식 변호사도 토지 수용을 도와주는 등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다고 한다. 박 전 특검이 조력자 수준을 넘어 대장동 일당과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경가법상 수재는 수수 또는 약속한 금액이 1억 원 이상이면 최고 무기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죄다. 문제는 검찰이 박 전 특검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느냐다. 검찰은 2021년 50억 클럽 중 한 명인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혐의 입증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된 적이 있다. 박 전 특검을 처음 소환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1년 7개월이 걸렸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만큼 검찰이 탄탄하게 수사했는지는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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