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3분기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나아질 것이란 기대로 버텨왔지만 국내외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경기 불안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에 따른 수출 부진, 고물가로 인한 선진국과 국내의 소비 위축이 부정적 전망의 원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91로 2분기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지수가 100을 넘기면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100 미만이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재작년 4분기 이후 8개 분기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조만간 경기가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란 정부의 ‘경기 저점론’과 상반된 결과다. 10곳 중 6곳은 상반기에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폭등했던 국제유가·원자재 값이 1년 전보다 내렸다고 하지만 기업들로선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5% 안팎’의 연간 성장률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질 정도로 중국 경제의 회복이 지체되면서 수출 회복도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나은 편인 소비심리는 하반기 중 부동산시장 역(逆)전세난 등이 본격화할 경우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을 바꿀 변수는 기업의 투자뿐이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 하반기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국내 대기업은 15%뿐이고, 줄이겠다는 곳이 24%로 더 많았다. 60% 정도는 상반기 수준만 유지하겠다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는 올해 투자액에 세금을 추가로 깎아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12년 만에 되살렸다. 추경호 부총리도 대기업 대표들을 만나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요청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머뭇거린다. 물가가 여전히 불안하고 선진국들이 금리를 올리고 있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요지부동인 기업을 움직이려면 이전에 쓴 적 없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투자할 기업이 줄을 서도 공장 설립을 어렵게 만드는 수도권 규제 등 핵심 규제를 한시적으로라도 과감하게 풀 필요가 있다. 투자를 늘리는 중소·중견기업에 가업상속 부담을 대폭 줄여주는 것 같은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기업 발목의 족쇄를 풀어주지 않으면 온갖 악재로 얼어붙은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살아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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