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파리에 있는 ‘부이용’이라는 대중 식당과 ‘꼼뜨와’라는 네오 비스트로노미 식당에서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곳에서 모두 계란 위에 마요네즈를 얹어 나오는 계란 마요 메뉴를 전식으로 주문했는데 삶은 계란을 좋아하는 내 취향 때문이었다.
‘꼼뜨와’를 방문했을 때, 한쪽 벽에 ‘세계 계란 마요네즈 협회 공식 회원’이라는 현판이 붙은 것을 보고 궁금증이 생겨 지배인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이 협회는 프랑스의 유명 요리 평론가 중 한 사람인 클로드 르베가 경험 많은 미식가 4명과 함께 결성한 단체로 매년 가장 훌륭한 계란 마요네즈를 내놓는 레스토랑을 선정하는데, 자신의 레스토랑도 맛있는 계란 마요네즈로 선정된 곳 중 하나라는 답이 돌아왔다. 선정 기준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완전히 익히되 과하면 안 되고, 노른자가 흐물거려도 자격 미달이고, 마요네즈는 식당에서 직접 만들되 유연하고 코팅이 된 모습에 계란을 충분히 덮을 만한 양이 제공되어야 한다. 서비스할 때 지나치게 차가워 계란의 맛과 질감이 바뀌어도 안 되며 접시 안에 제철 샐러드 등의 가니시를 추가해 식욕을 돋울 정도의 풍성함이 선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설명까지 듣고 보니 알쏭달쏭 퀴즈 같았다. 잠시 후 일단 맛을 보니 그의 긴 설명이 맛으로 설명되었다. 지난봄, 한 레스토랑에서 마요네즈를 얹은 삶은 계란 위에 미모사 꽃과 파슬리를 살포시 뿌린 일명 미모사 계란을 먹었던 기억도 어렴풋이 떠올랐다.
삶은 달걀로 만드는 요리는 영국에도 있다. 영국의 유명 셰프 제이미 올리버가 자주 찾는다는 런던 도심의 버러 마켓의 ‘스카치테일스’라는 가게에서 처음 맛봤던 영국 전통 음식, ‘스카치 에그’(사진)가 그것이다. 노른자가 붉은색을 띠어 영국 여왕이 즐긴다는 클래런스 코트산 달걀 겉 표면에 다진 돼지 삼겹살, 소금, 후추, 타임과 같은 허브를 섞고 빵가루를 묻혀 바삭한 식감을 살리는 요리였는데 이는 영국을 대표하는 요리로 꼽힌다.
계란 하나가 요리가 되기 위해선 계란의 퀼리티가 생명이다. 프랑스 유명 레스토랑에 있는 계란 마요의 경우 유기농이나 라벨 후브 등급을 받은 계란일 확률이 높다. 옴짝달싹 못하는 케이지에서 사료만 먹고 자란 닭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짧은 시간에 많은 계란을 낳도록 밤새 불을 켜 놓아 낮과 밤을 헷갈리게 만들어서 생산한 계란은 동물보호단체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항생제를 먹이지 않은 닭이 너른 들판을 다니며 풀과 벌레를 잡아먹었을 때 비타민 E와 오메가3의 함량이 많아진다는 결과도 있으니 현명한 소비자라면 비용을 더 지불하고라도 건강한 달걀을 고른다. 이에 대형마트의 유기농 달걀 인기는 날로 높아져 간다.
국제계란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연평균 계란 소비량은 270개로 8위를 차지했다. 50g 정도의 작은 크기로 어릴 때부터 평생을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일상의 먹거리인 계란에는 단백질, 지방, 인, 칼슘, 철분 등의 필수 영양소도 풍부하다. 삶은 계란 하나도 그토록 맛있게 내놓는 노하우를 느껴 보려면 프랑스나 영국의 레스토랑에 들렀을 때 앞서 말한 계란 요리를 주문해 보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담백함이 입안 가득 전해지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테니. 의외의 결과가 주는 감동이 우리네 반복되는 일상을 풍요롭게 해 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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