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지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05〉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30일 23시 39분


나는 지은 죄와 지을 죄를 고백했다
너무나 분명한 신에게

빗줄기의 저항 때문에
노면에 흥건한 빗물의 저항 때문에
핸들이 이리저리 꺾인다
지워진 차선 위에서 차는 비틀거리고

빗소리가, 비가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가,
차 안을, 메뚜기떼처럼, 가득 메웠다
내 가슴을 메뚜기들이 뜯어 먹고 있다

뻑뻑한 눈
비틀거리는 비
폭풍우를 뚫고 가는 나비처럼
바닥에 떨어져 젖은 날개를 퍼덕이는 몸부림처럼

목에 숨이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찬 숨이 나오지 않는다
(하략)



― 신철규(1980∼ )






이 시는 빗속을 날아가는 나비와 같다. 나비의 탄생이 그러하듯 작년 봄에 나온 시집에 들어 있다. 발견하자마자 시의 날개를 접어 그대로 덮어두었다. 7월의 폭우 속에서 다시 읽어야 할 작품이기 때문이다.

혼자 운전 중인 한 사람이 있다. 밖에는 미친 듯이 비가 내려 운전이 어렵다. 거센 비가 저주처럼 차를 에워싸고 꼼짝 못 하게 만든다. 그래도 더듬더듬 뚫고 나아가야 한다. 이 시가 장마철 운전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슬픈 운전대는 삶의 운전대다. 이 어려운 행보는 우리 인생의 행보다. 우리는 멈춰서는 안 되는 도로 위에서 이미 운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가는 길이 어디 꽃길뿐일까. 김기림 시인이 ‘바다와 나비’라는 시에서 선보였고 김성규 시인이 ‘너는 잘못 날아왔다’에서 지켜봤던 장면, 다시 말해 ‘이게 아닌데 싶지만 멈출 수 없는 전진’이 이 시 속에 등장한다. 아닌데 하면서도 가야 하는 그 마음은 빗소리처럼 부서지고 빗소리에 불길하게 뜯어먹힌다.

물 밖에 있는데 물속에 있는 듯, 숨을 쉬는데 숨을 쉬지 못하는 듯 느껴지는 상태를 병원에서는 공황장애라고 부른다. 약을 먹으면 좀 나아진다고 한다. 같은 상태를 이 시는 폭우에 잠긴 나비로 진단한다. 약으로는 나비를 구할 수 없다. 7월의 폭우는 7월과 함께 사라질 테지만 마음의 폭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폭우 지난#빗속을 날아가는 나비#7월의 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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