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은 죄와 지을 죄를 고백했다 너무나 분명한 신에게 빗줄기의 저항 때문에 노면에 흥건한 빗물의 저항 때문에 핸들이 이리저리 꺾인다 지워진 차선 위에서 차는 비틀거리고 빗소리가, 비가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가, 차 안을, 메뚜기떼처럼, 가득 메웠다 내 가슴을 메뚜기들이 뜯어 먹고 있다
뻑뻑한 눈 비틀거리는 비 폭풍우를 뚫고 가는 나비처럼 바닥에 떨어져 젖은 날개를 퍼덕이는 몸부림처럼
목에 숨이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찬 숨이 나오지 않는다 (하략)
― 신철규(1980∼ )
이 시는 빗속을 날아가는 나비와 같다. 나비의 탄생이 그러하듯 작년 봄에 나온 시집에 들어 있다. 발견하자마자 시의 날개를 접어 그대로 덮어두었다. 7월의 폭우 속에서 다시 읽어야 할 작품이기 때문이다.
혼자 운전 중인 한 사람이 있다. 밖에는 미친 듯이 비가 내려 운전이 어렵다. 거센 비가 저주처럼 차를 에워싸고 꼼짝 못 하게 만든다. 그래도 더듬더듬 뚫고 나아가야 한다. 이 시가 장마철 운전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슬픈 운전대는 삶의 운전대다. 이 어려운 행보는 우리 인생의 행보다. 우리는 멈춰서는 안 되는 도로 위에서 이미 운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가는 길이 어디 꽃길뿐일까. 김기림 시인이 ‘바다와 나비’라는 시에서 선보였고 김성규 시인이 ‘너는 잘못 날아왔다’에서 지켜봤던 장면, 다시 말해 ‘이게 아닌데 싶지만 멈출 수 없는 전진’이 이 시 속에 등장한다. 아닌데 하면서도 가야 하는 그 마음은 빗소리처럼 부서지고 빗소리에 불길하게 뜯어먹힌다.
물 밖에 있는데 물속에 있는 듯, 숨을 쉬는데 숨을 쉬지 못하는 듯 느껴지는 상태를 병원에서는 공황장애라고 부른다. 약을 먹으면 좀 나아진다고 한다. 같은 상태를 이 시는 폭우에 잠긴 나비로 진단한다. 약으로는 나비를 구할 수 없다. 7월의 폭우는 7월과 함께 사라질 테지만 마음의 폭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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