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사원 사무처 왜 이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30일 23시 54분


감사원 사무처가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 절차를 건너뛴 채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주심 위원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결재를 안 하는 상태였다. 감사 부서에서 시스템을 관리하는 부서에 요청했고 그에 따라 처리해 (전자결재시스템에) ‘승인’으로 뜨게 됐다”고 말했다.

감사위원회는 6월 1일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를 심의하고 수정 의결했다. 감사원 규정에는 이런 경우 감사보고서를 사무총장이 결재하고 주심 감사위원이 열람한 뒤 감사 결과를 시행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이 전자결재시스템에서 ‘열람’ 버튼을 누르지 않은 상황에서 9일 사무처는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다.

사무처에서는 조 위원이 수정된 감사보고서를 수차례 서면으로 봤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무처가 내부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감사위원의 권한을 침해했는지 면밀히 따져야 할 문제다. 이를 놓고 야당은 법사위에서 ‘주심 패싱’ ‘월권’이라고 주장했고, 유병호 사무총장은 “단군 이래 조 위원이 제일 많이 열람했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유 총장은 야당 의원의 질문을 끊고 답변하다가 항의를 받자 “우리를 모해하는 거냐”며 거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감사 계획과 관련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사무처는 2월 연간감사계획 관련 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 감사계획이 구체적으로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감사위에서 이미 감사를 의결했는데도 사무처에서 계획이 없는 것처럼 발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최 원장은 “하반기 감사계획에 그 내용을 포함시켜서 하는 것으로 안이 만들어져 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감사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공개했다면 논란의 소지가 없었을 것이다.

감사원법에는 주요 감사 계획과 결과 등은 감사위원회가 결정하고, 사무총장이 총괄하는 사무처는 실무를 담당하도록 역할이 나뉘어 있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담당하는 감사원은 어느 기관보다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사무처가 내부 규정을 준수했는지, 월권을 했는지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감사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감사원 사무처#감사보고서 공개#이태원 참사 감사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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