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에서 “반국가 세력들이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전 정부와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나 특정 세력을 겨냥한 게 아니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발언을 두둔하며 공세에 나섰다.
윤 대통령 특유의 센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발언은 이전에 비할 바 아니다. 취임 초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이 연일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이번 발언은 미리 준비된 연설에서 나온 것이다. 보수 우파를 대표하는 단체 행사에서 나온 발언임을 감안해도 그 수위는 지나쳤고 많은 이들이 전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들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 발언은 최근 정부 인사들의 막말과도 맞물려 있다. 검사 출신의 경찰제도발전위원장은 “국민 70% 이상이 문재인(전 대통령)이 간첩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했다. 극우 성향의 유튜브를 운영하던 인사가 차관급인 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내정됐다. 여당에서조차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언급이 그런 극단적 발언을 두둔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그제 각 부처 차관으로 내려보낼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불러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과 맞서 싸우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공직사회의 전 정부 잔재를 일소하라는 강력한 주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년 전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 타파’를 내걸고 정치 참여를 선언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집권 연장으로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고 비판했었다.
이런 발언들은 장차관급 15명 인사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새 정부 기조를 가다듬으며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엔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거대 야당에 대한 절망감도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국정 어젠다와 구체적 정책으로 보여줘야지 이념적 대결적 언사로는 편 가르기만 가속할 뿐이다.
대통령의 강한 메시지는 효과도 있겠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적폐청산’을 내건 전임 정부의 실패가 반증한다. 윤 대통령 발언에선 집권 2년 차 들어,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부터 결집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읽히는 것도 사실이다. 진영 대결이나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은 지도자의 언어일 수 없다. 흥분과 분열의 언어는 보수의 품격에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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