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최근 주말마다 “잠실종합경기장에 오는 분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주길 당부드린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 억눌렸던 공연 수요가 앤데믹 이후 폭발하면서 수만 명이 운집하는 대형 공연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세계적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첫 내한공연이 지난달 17일부터 이틀간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자 매일 5만 명씩 운집했다.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116만 명이 동시 접속한 사실이 알려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관련 영상으로 도배되는 등 역대급 내한공연으로 기록됐다. 지난달 30일부턴 가수 싸이의 ‘흠뻑쇼’가 잠실주경기장에서 3일간 펼쳐졌다. 매일 5만 명씩 총 15만 명이 싸이와 함께 말춤을 추며 잠실 일대가 들썩였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브루노 마스가 또 오더라도 서울에선 공연을 못 한다”는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브루노 마스 같은 슈퍼스타는 자주 내한하기 쉽지 않아 한 번 공연할 때마다 최소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을 고집하는데, 서울의 경우 당분간 그런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036년 올림픽 유치를 선언한 서울시가 잠실주경기장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서울에 5만 명 이상 입장할 수 있는 ‘스타디움급’ 공연장은 잠실주경기장과 상암월드컵경기장 두 곳뿐이다. 야구장인 고척돔은 최대 2만 명 정도만 입장할 수 있다. 특히 전문 공연장이 아니고 돔구장 특성상 음향이 울리는 단점이 있어 아티스트들이 공연하는 걸 꺼린다고 한다. 올림픽체조경기장 등 실내체육관은 최대 1만5000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다.
잠실경기장이 공사에 들어가면 상암경기장이 그나마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상암경기장은 FC서울과 축구 국가대표팀의 홈구장이어서 잔디를 늘 최상급으로 관리해야 한다. 2016년 빅뱅이 이곳에서 10주년 콘서트를 한 뒤 축구팬 사이에서 ‘잔디 훼손’ 비판이 거셌던 경험 때문에 서울시는 공연 허가를 꺼리고 있다. 4월 FC서울 경기 때 노래를 부른 임영웅이 잔디 훼손을 염려해 축구화를 신은 사실이 화제가 될 정도로 상암경기장 잔디는 민감한 이슈다.
결국 잠실경기장 리모델링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서울은 스타디움급 대형 공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곧 아시아 투어에 나서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콜드플레이가 일본은 가면서 한국은 오지 않는 이유가 공연장 때문이라는 설까지 나오는 이유다.
당초 지난해 착공 예정이었던 잠실경기장 리모델링 공사는 인허가 문제가 이어지며 1년여간 지연됐다. 지난해 10월 NCT127에 이어 올해 5월 조용필 공연이 마지막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공사가 지연되면서 브루노 마스와 싸이까지는 공연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싸이 공연이 정말로 마지막이다. 8월 착공은 확정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는 2026년 12월까지 어디서 대형 공연을 개최하면 되는지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K팝의 성지’ 서울이 대형 공연의 불모지가 되지 않도록 서울시가 대안을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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