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정부 땐 뭣 하다가
이제 와 IAEA 신뢰성 통째 부정
국민의힘도 과거 되돌아보고
오염수 방류 ‘기정사실화’ 언행 삼가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둘러싼 여야의 장외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5월부터 방류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온 더불어민주당은 1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국민의힘은 ‘릴레이 회 먹방’을 이어가는 중이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수조 속 바닷물을 떠 마시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는 여야 모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치적 득실 계산이 앞선다. 그러다 보니 ‘과학’은 뒷전이고 억지 주장과 앞뒤 안 맞는 언행이 난무한다. 심지어 한 야당 중진의원은 앞에서는 오염수 반대 서명을 받고 뒤에서는 홋카이도 골프 여행을 가는 계획을 짜는 일까지 있었다.
민주당은 안전성 검증을 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해상 방류 이외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민주당의 주장이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을 가지려면 민주당이 여당 시절이던 문재인 정부에서 답이 나왔어야 한다.
일본에서 해상 방류가 본격 거론된 것은 2020년 2월의 일이다. 일본 정부 산하 자문기구는 그때까지 검토되던 5가지 방안 중 해양 방출과 대기 방출 2가지 방안이 현실적이며, 둘 중에는 해양 방출이 낫다는 권고안을 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자문단 권고에 대한 IAEA의 검증을 거쳐 2021년 4월 각료회의에서 해양 방출 방침을 확정했다.
이런 과정을 문재인 정부는 지켜만 봤다. 2020년 10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2021년 4월 당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 한 답변에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 잘 반영돼 있다. 강 장관은 “(오염수 방류는) 원칙적으로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말했고, 정 장관은 “IAEA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했다.
IAEA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에 부적절한 점이 있다면 문제를 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치적 입지가 바뀌었다는 사정만으로 합당한 이유도 없이 IAEA라는 기관의 신뢰성 자체에 시비를 거는 것은 스스로의 신뢰도를 깎아 먹는 일이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주장을 모두 ‘괴담’으로 몰아가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53%와 무당층의 82%가 ‘후쿠시마 방류가 우리나라의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까 봐 걱정’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안감이 커진 데는 국민의힘도 한몫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주지사 시절이던 2020년 10월 “제주와 대한민국은 단 한 방울의 후쿠시마 오염수도 용납할 수 없다”며 “민형사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말까지 했었다.
김기현 대표도 2020년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오염수가 1년 정도 걸려서 동해로 흘러 들어온다는 일본 가나자와대 등의 발표 내용을 인용한 적이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안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방안에 대해 “발상 자체가 아이러니고 코미디”라고 비판했지만 제 발등 찍기다. “유엔해양법협약 제207조에 의하면 육상 오염원에 대한 해양 오염을 방지할 의무가 각국에 부과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따른 국제 소송과 가처분신청도 해야 될 것이고….” 이 또한 다른 사람도 아닌 김 대표가 국회에서 했던 발언이다. 이 방안이 타당한지 여부를 떠나, 자기주장을 뒤집을 때는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원전 오염수 처리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은 해당 분야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과 방대한 데이터의 실증분석이 필요하다. IAEA와 한국 후쿠시마시찰단의 최종보고서와 원자료가 전부 투명하게 공개된 다음 민간 전문가들이 최대한 참여해 신뢰성을 검증해야 안전성에 대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런 과정 없이 민주당이 무조건 반대를 외치며 장외로 뛰쳐나가는 것은 당리당략적 차원의 ‘불안 마케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안전성을 최종 확인하기 전에 오염수 방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일어나선 안 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여러 차례 되풀이했던 말은 “상정외(想定外)”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 여당이 할 일은 ‘먹방’이 아니라 0.1%의 ‘상정외’ 가능성까지도 ‘상정’해서 일본에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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