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지난달 30일 기각됐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재직 당시 우리은행의 성남의뜰 컨소시엄 참여 및 여신의향서 발급 관련 청탁과 함께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200억 원을 약속받고, 실제로 8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박 전 특검의 혐의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의 직무와 관련 있는지, 금품을 실제로 수수했거나 약속받았는지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영장 기각의 사유로 들었다.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를 따지기 전에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가 성립되는지 자체가 의문스럽다는 취지다. 검찰이 2021년 11월 박 전 특검을 처음 소환한 이후 영장 청구까지 1년 7개월이 걸렸는데,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입증하지 못했다면 그동안 뭘 한 건가.
박 전 특검뿐 아니라 50억 클럽 수사 전반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빈손’이나 다름없다. 50억 클럽 명단이 공개된 2021년 10월 이후 22개월째 수사를 하는 동안 유일하게 기소한 곽상도 전 의원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아준 대가로 아들을 통해 50억 원을 받았다는 점을 검찰이 증명하지 못해서다.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뒤 찾아온 김만배 씨와 대책을 논의했다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는 아예 감감무소식이다.
이들은 법리와 수사에 밝은 고위 법조인 출신이다. 의혹이 제기된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섰어도 부족할 판에 검찰은 차일피일 수사를 미뤘다. 박 전 특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본격 수사에 나선 것도 올 4월 국회에서 50억 클럽 특검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무렵부터였다. 그러는 사이에 검찰이 50억 클럽 대상자 중 물증과 진술이 뚜렷하다고 판단해 사법처리에 나선 박 전 특검과 곽 전 의원에 대한 혐의 입증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 대장동 사건의 중요한 한 축인 50억 클럽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검찰의 수사는 ‘반쪽 수사’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