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문의 외면하고 피부과 성형외과로 몰리는 젊은 의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3일 00시 09분


대개 의사라면 의사 면허를 딴 후 4∼5년의 수련의(인턴)와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전문의를 뜻한다. 그런데 전공의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개원해 미용 분야 진료를 보는 일반의가 증가하고 있다. 의사 면허만 있으면 진료 과목에는 제한이 없다. 힘들게 전문의 자격증을 따는 대신 일찌감치 돈벌이도 되고 ‘워라밸’도 보장되는 분야로 뛰어드는 젊은 의사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일반의가 새로 개원한 동네 의원 979곳 중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비율이 86%나 됐다. 대개 일반 의원은 2개 이상의 과목을 신고하는데 10곳 중 8곳 이상이 피부과 진료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성형외과를 진료 과목으로 표시한 의원도 42%에 달했다. 서울 강남역 근처 피부 미용 시술 전문 의원의 경우 의사 10명 전원이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다. 지난해 신규 전공의는 2877명으로 10년 전보다 537명 줄어들었다.

일반의로 개원하는 비율이 늘수록 의료 서비스의 질이 들쑥날쑥해 환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해마다 배출되는 의사 수가 제한돼 있으니 미용 분야로 쏠리는 만큼 수술실과 응급실을 지키는 의사는 부족해진다. 최근 5년간 일반의가 개원한 동네 의원 가운데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보는 비율은 6%와 23%에 불과했다. 1차 관문인 동네 의원부터 필수 의료에 공백이 생기면 경증 환자들까지 상급 병원에 쏠려 중증 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는 경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젊은 의사들이 전공의를 기피하는 배경에는 병원에선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만 쓰려는 경향이 있어 수련 과정이 긴 데 비해 특별히 배우는 내용은 적다는 인식도 자리한다. 전문의 자격증을 따도 개원 후 1∼2년간은 추가로 일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공의 교육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의사 수도 늘려야 하지만 특정 진료 분야로 치우치지 않고 필수 의료 인력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전문의 외면#피부과#성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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