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8년부터 5년 동안 태양광발전 보급 등에 사용된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위법·불법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사업비를 부풀려 과도하게 대출을 받는 등 5359건의 사업에서 5824억 원이 위법하거나 부적절하게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1차 점검에서 적발된 2616억 원을 합치면 8440억 원이 부당하게 사용된 것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점검해 어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적발된 사업 가운데 태양광 사업 대출 등 금융지원 사업이 489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태양광 사업비를 과다 책정한 가짜 세금계산서로 부정 대출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출받을 때는 부풀린 세금계산서를, 세금 낼 때는 정상 계산서를 제출하는 악질적인 탈세도 확인됐다. 농지에 가짜 버섯재배 시설 등을 짓고 그 위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부당하게 대출받은 경우도 있었다.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으로 부동산이나 관용차를 사고, 특정 주민과 단체를 지원한 사례 등도 확인됐다.
비리가 적발된 사업들은 전기요금에서 3.7%를 떼어 조성하는 전력기금을 재원으로 추진한 것이다. 전력기금은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 등을 위해 조성됐지만 최근 몇 년간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연구개발(R&D)에 70%가량이 집중됐다.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속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해 감시와 점검은 형식적으로 이뤄졌고, 그러다 보니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혈세가 줄줄 샜다. 철저히 수사해 관계자들을 문책하고, 부당 집행된 금액은 철저하게 환수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일부의 비리를 이유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자체를 폄하하거나 관련 산업 기반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계속 늘릴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는 세계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이자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수출 산업이기도 하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에너지 전략을 제대로 설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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