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이런 생각으로 소들이 큼지막하게 떨어뜨리고 간 소똥 안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던 쇠똥구리를 한참씩 구경하곤 했다. “지저분한 걸 뭘 그리 보느냐”고 혼나기도 했지만 진짜 신기했다. 자연의 생존 전략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고 나서야, 이런 생각이 우리만의 기준일 뿐, 자연에서는 별일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말이다. 마치 전원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서울 강남 빌딩 숲에 사는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저런 데서 살까’ 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방법이 다른 것뿐이다.
그런데 사실 이들의 신기한 능력은 따로 있다. 우리는 모든 쇠똥구리가 경단이라는 똥덩어리를 만들어 굴리는 걸로 알지만, 이러는 녀석들은 10% 정도다. 대부분은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맛있고 따뜻한 ‘선물’ 아래의 땅속을 ‘개발’해 여기에 살거나 새끼를 낳는다. 하지만 사막처럼 뜨거운 곳에선 이럴 수 없다. 약간이라도 주변이 촉촉해야 새끼들이 자랄 때까지 덩어리가 말라 버리지 않기에 경단을 만들어 여기까지 가져와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남자들이 결혼할 때 집을 마련하듯, 이들도 비슷해서, 이런 일은 수컷의 몫이다. 그런데 이게 참, 우리가 서울의 좋은 곳에 집을 마련하는 것 이상으로 쉽지가 않다. 경단이 잘 굴러가게끔 거의 원형에 가깝게 만들고, 더 큰 힘을 내느라 물구나무를 서듯 앞다리로 땅을 짚고 뒷다리로 밀기까지 하지만 이것으론 턱도 없다. 세상 자체가 울퉁불퉁한 데다 이 경단이 자기 몸의 두 배나 큰, 그러니까 우리로 치면 3t이나 될 만큼 거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뒤로 밀다 보니 앞을 볼 수 없어 구덩이에 빠지는 일이 허다하다. 이러면 죽을힘을 다해 다시 끌어올리지만 안타깝게도 ‘다된 밥’을 포기해야 할 때도 많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구덩이에 빠진 덩어리를 간신히 빼낸 후나 한참을 밀고 가던 도중, 가끔 한 번씩 이 덩어리 위에 올라 마치 춤을 추듯 한 바퀴를 쓱 돈다. 잘되고 있다 싶어 기쁨의 춤을 추는 걸까?
다들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2016년 스웨덴 룬드대 연구팀에 의하면, 단순한 춤이 아니라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 방향을 파악하는 몸짓이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태양과 달, 그리고 은하수의 위치를 이용해 길을 찾는데, 이를 위해 처음 출발할 때의 하늘 풍경을 스냅 사진처럼 기억한다. 예고 없이 불쑥불쑥 찾아드는 삶의 문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있어야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생존의 법칙을 녀석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벌써 일년의 절반이 바람처럼 지나갔다. 우리 역시 바라는 곳으로 잘 가고 있는지, 가끔 쇠똥구리처럼 ‘춤’을 출 필요가 있다.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있는데 엉뚱한 곳으로 간다면, 이거야말로 큰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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