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그막엔 고요함을 좋아할 뿐, 만사에 다 관심이 없다오. 스스로를 돌아봐도 좋은 계책이 없어, 그저 옛 숲으로 돌아올 수밖에. 솔바람 불면 허리띠 풀고, 산 달빛 비추면 거문고 타지요. 그대 곤궁과 영달의 이치를 묻지만, 어부의 노래가 포구 깊숙이 사라지고 있잖소. (晚年惟好靜, 萬事不關心. 自顧無長策, 空知返舊林. 松風吹解帶, 山月照彈琴. 君問窮通理, 漁歌入浦深.)
―‘장소부에게 답하다(수장소부·酬張少府)’ 왕유(王維·701∼761)
세상사 무심한 채 ‘솔바람 불면 허리띠 풀고, 산 달빛 비추면 거문고 타는’ 자연 회귀의 삶, 시인은 만년에 들어서야 겨우 ‘고요함’을 찾았다. 젊은 시절 관리 생활에 어지간히 시달렸고, 어떻게 해야 곤궁한 처지를 벗고 영달(榮達)의 길을 가는지를 꽤 고심도 했으리라. 더이상 현실의 간난(艱難)을 헤쳐나갈 계책이 없다고 판단한 순간 시인은 고향행을 선택한다. ‘곤궁과 영달의 이치’에 노심초사했던 영혼은 ‘돌아온 옛 숲’의 솔바람과 달빛에게서 너끈하게 위로받는다. 친구 장 씨 역시 같은 고민에서 헤매고 있었던 듯 시인에게 ‘곤궁과 영달의 이치’를 물었다. ‘어부의 노래가 포구 깊숙이 사라지고 있잖소’라는 시인의 대답이 일견 엉뚱해 보이지만, 억지부리지 말고 순리(順理)에 삶을 맡기라는 충고인 것쯤은 친구도 알아챘을 것이다.
‘어부의 노래’라면 초나라 대부 굴원(屈原)이 조정에서 쫓겨난 후 만났던 어부와의 대화에 등장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 어부가 축출된 이유를 묻자 굴원은 ‘세상이 다 혼탁해도 나만은 깨끗하고, 뭇사람들이 다 취해도 나만은 깨어 있었기 때문’이라 해명한다. 이때 어부가 배 떠나며 부른 노래, ‘창랑(滄浪)의 물이 맑거든 갓끈을 씻으면 되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발을 씻으면 되지’. 맑든 흐리든 상황에 적응해가며 처신할 일이지 까탈스럽게 굴지 말라는 훈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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