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조계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장(59)은 ‘우승 복’이 많은 사람이다. 해태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국시리즈 정상에 5번 올랐고, 선수 시절 마지막 해인 2001년 두산에서 여섯 번째로 우승했다. 지도자가 된 후에도 삼성 2군 코치 시절 2번, KIA 코치로 한 차례 우승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투수 코치로 힘을 보탰다.
성공적인 야구 인생을 살았지만 대신 건강을 잃었다. 이기면 좋아서 한 잔, 지면 졌다고 한 잔, 경기 내용을 복기하면서 또 한 잔씩 했다. 담배도 입에 달고 살았다. 승부 세계의 스트레스까지 쌓였으니 몸이 버티질 못했다.
KIA 수석코치이던 2017년 1월 1일은 그가 다시 태어난 날이다. 팀의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그는 금주와 금연을 선언했다. 생존을 위해 내린 결심이었다. 그는 “건강검진 결과도 좋지 않았는데 거울을 보다 깜짝 놀랐다. 생기 없이 까만 얼굴은 죽어 있는 사람 같았다”고 했다.
금주와 금연으로 다시 태어난 후 새로운 인생 2막이 열렸다. 그해 KIA가 다시 우승을 차지한 후 그는 프런트의 수장인 단장으로 임명돼 2021년까지 일했다. 작년부터는 협성대 에이블아트·스포츠학과 특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스타 교수님 강의라 인기도 많다. 그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얘기하고 교감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강의가 있는 수요일이 너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KBO 재능기부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전국을 돌며 유소년 선수들에게 재능기부를 한다. 올 초에는 KBO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대표 선수 선발부터 한국 야구 국제 경쟁력 강화까지 맡은 중요한 자리다. 대한민국국가대표선수회에서 하는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그는 “최근 들어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접하는 게 무척 즐겁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바쁘게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요즘 그의 건강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는 등산과 골프다. 코치 시절부터 가까운 산을 오르며 머리를 식히곤 했던 그는 요즘도 집에서 가까운 서울 아차산이나 용마산을 자주 오른다. 시간이 좀 더 있을 때는 관악산이나 도봉산도 간다. 그는 “좋아하는 야구를 생각하면서 혼자 묵묵히 걷는다. 등산은 내게 힐링”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골프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파란 하늘을 공이 가로지를 때의 시원함과 통쾌함이 매력이라고 한다. 얼마 전에는 처음으로 싱글(70대 타수)도 쳐 봤다. 그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으니 근력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힘을 써야 할 때 여전히 예전의 파워가 나온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도 거르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 이런저런 동작을 하면서 몸을 풀어주면 하루를 보다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힘과 열정이 있으니 바쁘게 살게 된다. 고마운 야구 덕분에 내가 이곳까지 오지 않았나. 재능기부든 봉사활동이든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언제나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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