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군 정찰기의 ‘무단 침범’에 맞선 대응 행동을 위협하며 긴장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방성 대변인이 그제 오전 미 정찰기가 연 8일간 영공을 침범했다며 ‘격추’를 거론한 데 이어 오후엔 김여정 당 부부장이 나서 미 정찰기의 경제수역 상공 침범에 대응 출격까지 했다며 “필경 충격적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김여정은 어제 다시 ‘대한민국 군부’를 향해 “우리 군과 미군 사이의 문제에 주제넘게 놀지 말라”고 했다.
북한의 미군기 위협은 최근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로 체면을 구긴 이래 새로운 도발의 명분을 찾으려는 긴장 고조 책동일 가능성이 크다. 미군 전략자산의 잦은 출몰에 골머리를 앓는 처지에서 나온 생존의 계책일 수도 있다. 다만 북한이 ‘주권 침해’ 운운한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은 영공과 달리 비행의 자유가 인정되며, 미 정찰기의 통상적인 비행경로였다고 한다. 갑작스레 억지 주장을 펴면서 과거 격추 사례까지 들먹이며 협박하는 데는 또 다른 노림수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일본 EEZ 안에 버젓이 미사일을 쏘아대던 북한이 할 소리는 아니다.
그런 북한의 상투적 협박 술책보다는 남북관계를 새로 규정지으려는 시도가 눈에 확 띄는 게 사실이다. 북한은 기존 ‘남조선’이란 호칭 대신 ‘대한민국’이라 부르며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그것도 적대적 관계로 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김여정은 10일 ‘남조선 괴뢰군부’와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 족속들’을 섞어 쓰더니 11일엔 ‘남조선’이란 표현 없이 ‘대한민국’으로만 지칭했다. 최근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같은 대남기구가 아닌 외무성을 내세워 거부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한민국’ 지칭이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면 반가울 일이지만 그 의도는 정반대일 것이다. 과거 말끝마다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우던 북한이다. 하지만 2019년 북-미 협상 결렬 이후 북한에서 ‘민족’은 지워졌다. 대남비서 직책이 사라졌고, 조평통의 존재도 온데간데없다. 이제 북한은 ‘적대 국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어떤 도발과 음모를 획책할지 모른다. 철저히 경계하며 대비 태세를 더욱 확고히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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