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언론사 단장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부재일기(孚齋日記)를 훑어보다가 병술년(1706년) 인천의 어살(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전통어법)에 관한 기록이 재밌다며 번역문(서울역사편찬원, 2020년)을 보내왔다. 그중에서 흥미로운 구절이 눈에 띄었다.
“물에는 물고기 귀신이 있는데, 바로 얼굴 앞에서 파도를 치고 물결 위로 뛰어올라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을 만드니, 사람들이 간혹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물고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쫓아가 잡아 움켜쥐면, 갑자기 나타났다가 물속으로 들어가고 거의 잡은 것 같다가 홀연 빠져나간다. 만약 물고기 귀신이 유인하면 사람이 갑자기 정신이 혼미하여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가 조수를 만나 휩쓸려가 죽게 된다.” 갯벌 인명 사고를 물고기 귀신에게 홀려서 시간을 지체하다 밀물에 휩쓸려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인식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최근 잇따른 해루질(물이 빠진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일) 사망 사고가 떠올랐다. 지난달 8일 인천해양경찰서는 갯벌에서 의식이 없는 60대 여성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사고를 당한 여성은 해루질을 하다가 빠르게 들어차는 밀물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4일에도 인천 무의도의 하나개해수욕장 인근 갯벌에서 해루질을 하던 2명이 밀물을 피하지 못해 변을 당했다. 야간 해루질 사고로 올해에만 6명이 사망했다. 서해는 세계적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큰 지역이다. 빠른 속도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피하다가 갯고랑에 갇히거나, 안개로 방향을 잃으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바다를 터전으로 삼았던 조선의 어부들도 밤에 갯벌에서 사망하는 일이 잦았던 모양이다. “하루 중에 두 번 조수가 일어나는데, 조수가 밤이나 새벽에 일어날 때면 어둠을 타고 어살에 들어가야 하니 더욱 어렵고 고생스러움이 심하다. 게다가 바닷가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어 밤에는 길을 헤매기도 하고 혹은 해무가 땅을 뒤덮고 있어 향할 곳을 알 수 없게 되니, 죽는 자가 많다.”(부재일기 중에서) 갯벌을 훤히 꿰뚫고 있던 어민들도 화를 당하는 일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바다를 잘 아는 사람조차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귀신의 해코지로 귀결되었을 터.
반면 바닷가에서 도깨비불은 풍어의 징표로 인식됐다. 서해와 남해의 수많은 어촌에서 도깨비불은 물고기를 몰아오는 것으로 여겼다. 어민들은 풍어와 조업의 안전을 빌며 도깨비가 좋아하는 수수범벅이나 메밀묵, 도토리묵 등을 올리고 제를 지냈다. 서남해안 도서지역에서는 산망(山望)이라고 하여 야간에 산에 올라 도깨비불이 모인 데를 살폈다. 물고기가 집결하는 곳에 어장을 설치하기 위해서다. 서해의 조기잡이 덤장, 건강망 어업과 남해의 멸치, 갈치 어로를 하는 어민들이 많이 믿었던 민간신앙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대상 어종이 주로 조기, 멸치, 갈치라는 점이다. 모두 은빛을 띠는 물고기로 달빛에 반사되면 빛을 발한다. 경남의 거제도와 통영, 부산 가덕도에는 낮에 산 위에서 숭어 떼를 감시하는 망지기 노인들이 있다. 먼바다에서 숭어가 몰려오면 수면이 미세하게 빛을 낸다고 그들은 말한다. 초자연적인 존재로 알고 있던 도깨비불이 사실은 물고기가 반사한 빛일 수 있다고 한다면 너무 건조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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