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애들 잘 때 한두 잔 마시던 맥주가 어느 순간 소주 두세 병으로 늘었다. 그런데 체중이 44사이즈도 클 정도로 말랐다. 배는 좀 나온 마른 비만이었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달 초 열린 미스터&미즈 코리아 여자부 보디피트니스 168cm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유경희 제주스포츠클럽 총무팀장(43)은 근육 운동의 매력에 빠져 있다. 그는 2016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해 지금은 보디빌딩계에서 알아주는 ‘몸짱’이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말랐어요. 아동복 큰 사이즈 입어야 맞을 정도였죠. 먼저 요가를 시작했는데 요가의 고난도 동작을 하려면 근력이 필요해요. 전 근육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죠. 근육 운동은 완전히 신세계였어요. 나날이 몸이 바뀌는 게 눈에 확 들어왔어요. 신기하고도 좋았죠. 이젠 근육 운동만 하고 있죠.”
난생처음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했다. 초등학교 때 잠시 육상선수 생활을 했지만 운동은 거의 해 본 적이 없었다. 유 팀장은 직장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새벽과 퇴근 뒤 저녁, 2회로 나눠 운동을 하고 있다. 새벽엔 공복에 달리고 걷는 유산소 운동으로 지방을 빼주고, 저녁 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웠다. 공복에 달릴 때 지방이 가장 잘 탄다. 평상시엔 새벽 유산소 운동 1시간, 저녁 근육 운동 2시간. 대회를 준비할 땐 새벽 유산소 운동 1시간 30분, 저녁 근육 운동 2시간 30분에 유산소 운동 1시간 30분 추가. 근육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지방을 완전히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무조건 오전 5시에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토·일요일에도 운동을 쉬지 않는다. 그는 “휴일엔 피트니스센터 시간에 맞춰 늦잠도 자며 여유 있게 운동한다”고 했다.
“몸이 완전히 탈바꿈했죠. 2018년 제주대회에 나가 처음 비키니 부문에서 2위를 했어요. 몸도 좋아지고 대회에서 입상도 하니 더 재미가 붙었어요. 그때부터 대회 출전도 꾸준히 했습니다.”
초창기엔 근육을 집중해서 평가하는 피지크 부문에 나갔다. 그런데 제주도보디빌딩협회 회장이 보디피트니스 부문으로 바꾸길 권유해 바꿨다. 보디피트니스는 근육보다는 근육과 여성미의 조화에 비중을 둬 평가한다. 2019년부터 보디피트니스 부문에 출전했고 2020년도 미스터코리아&미즈코리아 +163cm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제51회 미스터 YMCA 대회 +163cm 부문 우승, 지난해 제15회 미즈피트니스대회 +163cm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유 팀장은 한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많은 나이에 몸이 좋아지자 ‘약을 먹은 것 아니냐’는 등 황당한 댓글이 달린 것이다. 그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해외 사이트라 수사가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역으로 내 몸이 그만큼 좋다는 시기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웃었다. 유 팀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도핑테스트를 받고 있는 대한보디빌딩협회 주최 미스터&미즈코리아 대회에 출전하며 ‘나는 약물 안 해’라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유 팀장의 목표는 미스터&미즈코리아에서 그랑프리인 미즈코리아가 되는 것이다. 각 부문 우승자들이 경쟁하는 파이널에서 올해도 고배를 든 그는 “내년이 있고, 내후년도 있다. 언젠간 꼭 미즈코리아가 되겠다”고 말했다.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이젠 보디빌딩계에선 ‘유명 인사’가 됐다. 피트니스센터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그는 “근육을 만든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라고 했다.
직장 다니며 운동하기가 쉽진 않을 터. 유 팀장은 “회식 때 술도 마셔야 하고 과식할 때도 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반성하는 의미로 운동을 더 많이 했다”고 했다. 대회를 앞두고도 대부분 보디빌더들이 실행하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높이는 식이요법도 하지 않는다.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 대신 운동 시간을 늘린다. 이렇게 하면서도 우승했다. 유 팀장은 말했다.
“제가 서른여섯에 시작해서도 우승했어요. 근육 운동엔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떤 나이든 시작해 꾸준히만 하면 멋진 몸이 됩니다. 여러분도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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