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그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화상으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 리투아니아 현지에서 참석하고, 국내에선 통일부·국방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등이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 모였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NSC를 주재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리투아니아 새벽 시간에 신속하게 NSC를 소집해 북한 도발에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국가안보 최고 의결기구인 NSC의 의장(대통령)과 상임위원장(안보실장), 사무처장(안보실 1차장)이 해외에서 화상 연결로 국내와 소통하는 모습이 생경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간 정부는 북한이 도발할 때면 그 수위에 따라 대통령 주재 NSC 전체회의, 안보실장 주재 상임위원회, 1차장 주재 상황점검회의 등을 열어 대응해왔다. 그런 위기 대응의 핵심 주체가 한꺼번에 해외 출장을 나간 것을 정상적으로 보긴 어렵다.
안보실장과 1차장이 동시에 대통령 해외 순방을 수행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첫 나토 정상회의 참석 때 당시 김성한 안보실장이 국내에 남았던 적을 제외하곤 순방 때마다 관행처럼 계속돼 왔다. 이전 정부에선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현 정부 들어 기존 안보실의 ‘국방안보 담당 1차장, 외교안보 담당 2차장’ 편제에서 1·2차장 업무를 바꾸면서 김 1차장이 외교안보는 물론이고 NSC 사무처장 업무까지 챙기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안보실은 대통령 순방 수행에 따른 공백이 없도록 임무 대행 체제도 갖췄을 것이고 첨단 보안통신 시대에 공간적 거리에 따른 소통의 지장도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의 무력시위성 도발을 넘어 직접적 무력 공격을 감행하거나 남북 간 우발적 충돌 사태가 빚어진다면 컨트롤타워 수뇌부의 동시 부재(不在)에 따른 체계 혼선이나 책임 논란을 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보실은 최악의 위기 시나리오까지 가정해 빈틈없이 대비하는 조직이다. 자체 조직의 허점을 드러낼 가능성부터 막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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