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 어디 심사를 맡게 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후배가 어디 상을 받게 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친구가 어디 해외에 초청되었다고 하고 오늘은 그 녀석이 저놈이 그딴 새끼가 오늘은 습도가 높구나 불쾌지수가 깊고 푸르고 오늘도 멍청한 바다처럼 출렁이는 뱃살 위의 욕심에 멀미한다 나는 /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나는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변명하고 토하고 책상 위에 앉아 내 이름을 검색하고 빌어먹을 동명이인들 같은 직군들 또래들 심사위원들 수상자들 주인공들 나는 내가 좋아서 미치겠는데 남들은 괴이쩍게 평온하고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안 그런 척하는데 나는 나 때문에 괴롭고 나는 나를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고
―서효인(1981∼ )
시는 좀 고리타분하지 않으냐고 묻는 사람에게 이 시를 보여주고 싶다. 시는 너무 점잔만 뺀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이 시를 보여주고 싶다. 있는 척하기는커녕 오장육부를 뒤집어서 보여주는 시. 맨얼굴을 벅벅 문지르면서 맨발로 펄떡펄떡 뛰는 시. 솔직하다 못해 울컥하니 뜨끈한 이 작품은 서효인의 시집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에 실려 있다.
세상에는 능력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상대적인 비교 앞에서 나의 자신감은 쭈그러든다. 우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듯 잘나가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승리자는 반짝이는데 나는 녹슨 유물 같다는 생각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요즘은 남의 부러움을 먹고 사는 시대다. 타인에게 부추겨진 부러움 때문에라도 우리는 스스로를 미워하게 된다. ‘너희들은 잘났고, 나만 못났구나.’ 이런 생각이 노랫말처럼 귓속을 맴돈다.
자랑이 유행이 된 오늘날,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어 봤을 이러한 심리를 시인은 종기 건드리듯 톡 터트린다. 이것은 자기 자신의 성찰이자, 현대인의 새로운 자화상이자, 자조 섞인 시대 비판이다.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해서 나를 가장 미워하게 되었다니, 우리는 최첨단 내비게이션을 가지고도 갈 길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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