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폴란드 대통령이 13일 바르샤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올 9월부터 차관급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사업을 발굴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현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피해를 복구하는 ‘리빌딩’을 넘어 국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뉴빌딩’을 추진 중”이라며 사업 규모가 2000조 원 이상이고, 한국에는 최소 66조 원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을 놓고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럽연합과 선진 7개국은 올해 초 다자 원조 플랫폼을 발족했고, 미국 이탈리아 독일 등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재건 사업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한국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스마트시티와 소형모듈원자로 건설로 재건 참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후 폐허를 딛고 일어서 수십 년간 신도시를 개발한 한국은 누구 못지않은 재건 기술을 가지고 있다. 초토화된 우크라 재건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모두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대통령실이 이날 제시한 숫자에는 미덥지 못한 대목이 있다. 그동안 정부가 밝힌 사업 규모는 10년간 1200조 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처 계산하지 못한 장기 수요가 있을 수 있다는 막연한 근거로 2000조 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 최소 66조 원의 기회가 있다는 전망도 낙관적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수십억∼수백억 달러를 지원해 지분을 쌓은 데다 현지에 합작법인을 두고 있어 접근성에서도 유리하다. 지금은 희망적 사고에 들뜨기보다 차분히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해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할 때다.
어제 조간신문에는 전장에서 두 눈과 양팔, 한쪽 다리를 잃은 우크라이나 군인과 그를 꼭 안고 있는 부인의 사진이 실렸다. 끝 모를 전쟁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혹여 ‘남의 불행을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최소 66조 원 규모” 같은 공개적 발표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전후 복구는 경제적 기회이기 전에 인류애를 확인하고 우의를 다지는 기회여야 한다. 그것이 우크라이나가 교과서에 싣고 배우려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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