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주말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우리 대통령이 전시(戰時)국가를 공식 방문한 것은 처음으로, 아시아에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이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연대를 약속하며 안보·인도·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더 큰 규모로 군수물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윤 대통령이 그간 역설해 온 자유진영 연대를 통한 한국의 글로벌 역할 확대, 즉 ‘가치외교’를 확실히 과시한 행보로 평가된다. 과거 박정희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파병 장병 격려차 베트남과 이라크를 찾은 적이 있지만 우리 파병지가 아닌 전시국가를 공식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방문 이틀 전까지도 키이우에는 러시아 자폭 드론이 출몰하는 등 신변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간 다짐해 온 ‘자유연대’의 정신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 없이는 실행하기 어려운 행보였을지 모른다.
다만 이런 선명한 진영외교 행보엔 그에 따른 부담과 리스크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이번 방문이 러시아 정부를 자극해 현지 우리 기업과 교민이 피해를 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아가 세계 9위의 방위산업 수출국으로서 지뢰제거 장비나 인도적 물품을 넘어 155mm 포탄 같은 살상무기까지 지원하라는 서방 진영의 압박에 직면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와 군사 교류 강화를 촉발할 수도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윤 대통령 말대로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북한의 남침을 물리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대한민국이 세계에 보여줘야 할 당당한 모습일 것이다. 다만 용기 있는 행동에는 사려 깊은 계산이 전제돼야 한다. 가치를 앞세운 과감한 외교 행보는 그에 따른 역작용을 낳기 십상이고 기대 상승에 따른 역할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철저한 후속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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