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 누리꾼이 “가수 타블로가 사실은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근거 없는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태의 시작이었다.
타블로는 스탠퍼드대 졸업증명서와 성적표를 제시하며 해명했지만 ‘타진요’ 회원들은 “조작한 것” “학교 측 실수”라며 부정했다. 타블로가 ‘MBC스페셜’ 제작진과 함께 모교를 찾아가 교수와 교무 담당자를 만나 ‘증언’을 확보하고, 카메라 앞에서 성적증명서를 출력해 보여도 타진요에겐 소용없었다. 이들은 “짜깁기 방송”이라며 방송 내용을 불신했다.
걷잡을 수 없는 음모론에 결국 경찰이 나섰다. 2010년 10월 서울 서초경찰서는 “‘대니얼 선웅 리’(타블로 본명)의 학·석사 성적증명서를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 의뢰한 결과 문양 및 형식이 일치하는 진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타진요는 “경찰 수사를 어떻게 믿냐”,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요청하자”며 경찰도 못 믿겠다고 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누가 뭘 어떻게 ‘증명’하는가에 관계없이 그냥 타블로가 스탠퍼드 졸업생인 걸 믿고 싶지 않았던 거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쏟아내는 각종 괴담과 불신론을 보고 있자면 13년 전의 타진요가 떠오른다. 민주당은 한국 정부의 발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연구 결과도 “못 믿겠다”고 한다. IAEA의 방류 계획 관련 최종 보고서를 “깡통 보고서”, “일본 정부의 ‘용역보고서’”라고 혹평하더니 “IAEA는 유엔 산하 기구가 아니다”라며 IAEA의 자격을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IAEA는 1956년 유엔 총회 승인을 거쳐 설립된 유엔 산하 유관기구다. 최근 방한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민주당 의원들과 만나 “보고서 작성 팀은 11개국에서 온 원전 안전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그 안에 한국인 과학자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IAEA의 중립성부터 증명하라”며 거듭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로시 총장은 한국에 이어 뉴질랜드와 호주를 잇달아 방문했다. 그에게 뉴질랜드 나나이아 마후타 외교장관은 “IAEA 조언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다만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일본의 방류 계획에 대해 의미 있는 참여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호주 외교통상부도 “우리는 IAEA가 지속적인 모니터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며 “IAEA에 대한 경의, 국제 안전기준의 존중을 장려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학적 지식이 부족해서, 국제기구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IAEA의 계획을 믿는다는 걸까. 민주당도 “IAEA를 존중하지만, 한국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IAEA의 모니터링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만 냈어도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13년 전 타블로는 “어떤 증명서를 제출하고, 어떤 인터뷰를 해도 믿기 싫은 사람들은 계속 안 믿을 거다.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거다”라고 했다. 민주당이 그 어떤 검증과 해명에도 괴담과 불신론을 이어가는 것이, 타진요처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 믿으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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