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발암가능물질이지만 먹어도 된다”… 아스파탐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7일 2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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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단맛’에 끌리는 쪽으로 진화했다. 곤충부터 포유류까지 대다수 동물은 단맛을 선호한다. 열량은 높고, 위험은 적은 음식이란 교훈이 유전자에 각인된 탓이다. 단맛을 못 느끼는 고양잇과 동물 정도가 특이한 예외다. 인간이 당분 과잉 섭취를 걱정하게 된 건 100년도 안 됐다. 살찌는 건 싫고, 단맛은 즐기고 싶은 현대인을 위해 개발된 게 아스파탐(아스파르템) 같은 인공 감미료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난주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1965년 미국에서 개발된 아스파탐은 같은 양으로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낸다. 그만큼 칼로리 섭취를 줄일 수 있고, 혈당도 높이지 않는다. 인공 조미료 글루탐산나트륨(MSG) 개발사 일본 ‘아지노모토’가 대량생산에 성공해 1980년대부터 무설탕 제품에 쓰이고 있다.

▷암 유발 가능성에 따라 IARC는 식품을 5개 군(群)으로 나눈다. 술, 담배, 소시지·햄이 ‘발암물질’로 1군, 거의 확실한 ‘발암추정물질’ 소고기·돼지고기 등 적색육, 튀김이 2A군이다. 아스파탐이 포함된 2B군은 ‘역학조사나 동물실험상 증거가 충분하지 않지만, 섭취 시 발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제품’을 뜻한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김치, 피클 등 절임 채소가 같은 그룹이고, 커피와 사카린은 이 그룹에 포함됐다가 빠진 적이 있다.

▷통상 IARC가 분류를 바꾸면 WHO 산하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일일 섭취 허용량을 조정한다. 하지만 이번엔 1981년 정한 ‘체중 1kg당 40mg 허용량’을 유지했다. ‘바꿀 만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다. 체중 60kg 성인이 다이어트 콜라 55캔, 막걸리 33병을 하루에 마셔야 허용치가 넘는다. 한국인의 평균 아스파탐 섭취량은 허용량의 0.12% 수준이어서 위험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발암 가능’이란 꼬리표가 아스파탐에 붙으면서 식품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아스파탐을 소량 사용하는 막걸리 업체들은 원료 교체를 검토 중이다. 오리온과 크라운제과도 스낵류의 단맛을 낼 대체재를 찾고 있다. 반면 펩시콜라 ‘제로 슈거’ 제품에 아스파탐을 쓰는 펩시코는 ‘아스파탐은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혀 아스파탐을 계속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로 지난해 1조 원을 넘어선 국내 ‘제로 슈거’ 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인공 감미료만 22종이다. ‘단맛 본능’에 충실하면서 건강을 챙기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욕망은 어떻게든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아스파탐#발암가능물질#헬시 플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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