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 로펌에 63건의 법률의견서를 작성해주고 18억 원을 받은 일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권 후보자는 판사 출신으로 서울대 민법 교수와 대법관을 지낸 양창수 김재형에 못지 않은 최고 수준의 민법학자이며 그런 능력을 인정받아 이번에 대법관 후보자가 됐다. 권 후보자 정도 되는 학자의 지적 작업은 높은 보상을 받을 만하다. 다만 그의 신분이 서울대 교수였고 대법관 후보자라는 것이 문제다.
서울대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이 준용하는 국가공무원법은 ‘공무 외 영리 목적의 업무’를 금지하고 있다. 서울대법은 예외적으로 총장 허가를 받아 사기업체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법률의견서 작성은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 매년 1, 2건도 아니고 평균 10건 이상의 의견서를 5년간이나 써 18억 원이나 받았기 때문에 영리 목적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권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의견서는 학문적 소신과 객관적 이론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학의 학설은 다수설 소수설 분분하다. 권 후보자가 어느 학설을 취하느냐에 따라 학문적이고 객관적인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얼마든지 대형 로펌 의뢰인의 이익을 위한 의견서를 쓸 수 있다. 의견서 전반에 대해 그 내용에 학문적 일관성이 있는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왔다 갔다 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본인은 비밀 유지 약속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권 후보자는 양창수 김재형 두 학자 출신 전 대법관이 걸어온 엘리트 코스를 똑같이 걸어왔기 때문에 학자 중에서 대법관 후보자 지명 1순위였다. 대형 로펌으로서는 권 후보자에게 단순히 의견서를 부탁한 걸 넘어 그가 대법관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후관(後官)예우’ 차원에서 접근했을 수 있다. 권 후보자가 이대로 임명되면 잘못된 관행이 만들어질 수 있다. 권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고자 한다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소책을 스스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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