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영준 후보자 받은 18억, 학술 의견 대가로만 보기 어렵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7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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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3.7.11. 뉴스1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3.7.11. 뉴스1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 로펌에 63건의 법률의견서를 작성해주고 18억 원을 받은 일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권 후보자는 판사 출신으로 서울대 민법 교수와 대법관을 지낸 양창수 김재형에 못지 않은 최고 수준의 민법학자이며 그런 능력을 인정받아 이번에 대법관 후보자가 됐다. 권 후보자 정도 되는 학자의 지적 작업은 높은 보상을 받을 만하다. 다만 그의 신분이 서울대 교수였고 대법관 후보자라는 것이 문제다.

서울대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이 준용하는 국가공무원법은 ‘공무 외 영리 목적의 업무’를 금지하고 있다. 서울대법은 예외적으로 총장 허가를 받아 사기업체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법률의견서 작성은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 매년 1, 2건도 아니고 평균 10건 이상의 의견서를 5년간이나 써 18억 원이나 받았기 때문에 영리 목적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권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의견서는 학문적 소신과 객관적 이론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학의 학설은 다수설 소수설 분분하다. 권 후보자가 어느 학설을 취하느냐에 따라 학문적이고 객관적인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얼마든지 대형 로펌 의뢰인의 이익을 위한 의견서를 쓸 수 있다. 의견서 전반에 대해 그 내용에 학문적 일관성이 있는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왔다 갔다 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본인은 비밀 유지 약속을 들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권 후보자는 양창수 김재형 두 학자 출신 전 대법관이 걸어온 엘리트 코스를 똑같이 걸어왔기 때문에 학자 중에서 대법관 후보자 지명 1순위였다. 대형 로펌으로서는 권 후보자에게 단순히 의견서를 부탁한 걸 넘어 그가 대법관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후관(後官)예우’ 차원에서 접근했을 수 있다. 권 후보자가 이대로 임명되면 잘못된 관행이 만들어질 수 있다. 권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고자 한다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소책을 스스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18억 원#후관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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