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교통 통제만 제때 했어도 피할 수 있었던 참사였다. 그런데 주민 보호 책임이 있는 행정 기관들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관내에서 발생한 최악의 사고에 구청은 시청으로, 시청은 도청으로 책임을 떠넘기며 발뺌하고 있는 것이다.
참사 당일 금강홍수통제소가 흥덕구청에 오송 지하차도 교통 통제가 필요하다고 알린 때가 침수 2시간 10분 전이다. 흥덕구청은 “시청에 알렸다”고 하고, 청주시청은 “도청 관할”이라고 한다. 충북도청은 “불가항력” “부실한 제방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관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치단체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경찰은 침수 우려 관련 신고를 2회 접수하고도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고 현장에는 출동하지 않았다. 소방서는 제방 붕괴 위험을 신고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제방은 우리 일 아니다”라며 청주시 등에 상황만 전달하고 떠났다. 수해 상황을 고려한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취소 가능성에 대통령실은 “한국으로 뛰어가도 상황 못 바꾼다”고 했다. 미비한 행정으로 14명이 숨졌는데 어떻게 ‘내 탓이오’ 하는 이가 하나도 없나.
오송 지하차도 침수의 원인은 인근 미호강 임시 제방 붕괴다. 이번 중남부 집중 호우로 제방이 유실된 지역 하천이 미호강을 포함해 170곳이나 된다. 그런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제방이 무너진 하천의 관리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5대강 본류와 일부 국가하천을 제외한 대부분의 하천 정비와 재난 대비 책임이 여러 지자체에 위임돼 있어 효율적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같은 하천인데 담당 지자체가 상류와 하류 다르고 본류와 지류 다르니 책임소재 공방 속에 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겨나는 것이다. 치수는 국정의 기본이다.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하천 관리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중남부 지방 폭우 피해는 사흘 동안 예년 장마철 한 달간보다도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영향이 컸다. 전 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자연 재해의 강도가 세지고 패턴도 달라지고 있어 적극적이고 유연한 재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공직 사회가 부서 간 칸막이를 쳐놓고 소극적 보신주의와 행정편의주의에 안주하다가는 예보된 날씨에도 행정 실패로 막대한 피해를 입는 ‘관재(官災)’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