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법정 정년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60세다. 하지만 고령화를 일찍 맞은 일본은 정년 은퇴자에게 최대 70세까지 일할 기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들이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정년퇴직 후 재고용 등 3가지 방식으로 시니어 고용을 하도록 한 것이다. 보통 기존 임금의 절반 정도를 주는 재고용의 경우 비용도 아끼면서 경험 많은 인력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기업의 76%가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재고용 정도로는 기업이 원하는 시니어 인력을 붙잡아두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일본 기업들이 최근 재고용 대신 정년 연장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내년 4월부터 60세인 정년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65세까지 늘리기로 했다. 임금은 59세 말 수준으로 유지한다. 스미토모화학은 재고용을 통해 기존 임금의 40∼50%를 줘왔는데 새 방식으로는 2배 이상 높아지는 셈이다. 전기전자기업인 무라타제작소도 직원이 60∼64세 사이에서 정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임금도 59세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굵직한 일본 기업들이 스스로 시니어 직원들을 ‘더 길게, 더 많이 주고’ 모시는 것은 숙련된 인력의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버블기인 1990년 전후로 대거 채용됐던 인력들이 60세 정년을 맞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데, 50대 이하 세대의 인력 규모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임금의 절반만 주는 재고용은 시니어 직원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좀 더 열심히 일할 환경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일부 일본 기업들은 은퇴를 앞둔 직원들에게 주요 직책을 맡기지 않던 ‘직책 정년제’ 등 과거의 경직된 인사 제도에서 탈피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는 직원이 59세가 되면 특정 보직을 주지 않는 규정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또 유명 우동 체인 ‘마루가메 제면’도 현장 책임자의 연령 상한을 최근 65세에서 70세까지 끌어올렸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에다 생산가능인구가 2018년부터 줄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년 이후 시니어 직원을 기존 일터에 붙잡아 두는 문제가 곧 사회적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 방식이 정년 연장이 될지, 일본 기업들이 주로 채택했던 재고용이 될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생산가능인구 현황, 노동 시장과 임금 구조의 유연성 정도, 청년 일자리와의 연관성, 개별 기업들의 사정, 근로자들의 요구 등 변수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 사례를 미리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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