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중 수출통제 조치를 자제해 달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는 “과도하게 범위가 넓고 모호하며 때로 일방적인 조치의 반복은 미국 반도체산업 경쟁력 약화와 공급망 교란, 시장 불확실성 확대, 중국의 보복 유발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 및 향후 조치들이 가져올 영향에 대한 평가가 끝날 때까지 추가 통제를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협회의 요구는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규제 정책에 사실상 공개 반기를 든 것으로, 이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드러낸 움직임이다.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삼성전자, TSMC 등 서로 경쟁해온 협회 회원사들이 대중 규제에 대해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책들이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은 물론 자국의 반도체 산업에까지 부메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경제성장 흐름이 꺾였다지만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30% 이상을 빨아들이고 있는 중국은 기업들에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1800억 달러 규모인 이 시장이 닫히면 당장 미국 반도체 회사들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자립화 시도를 가속화시켜 결과적으로 중국 기업들만 키워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지속돼 왔다. 미국 행정부로서도 이런 상황을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기업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접근 제한,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등 검토 중인 추가 조치를 놓고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맞불 차원에서 이어지는 중국의 보복 조치 수위도 이에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변동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미중 양국의 대응에 따라 다양해지는 대외 변수들에 대비하면서 필요시 다른 외국 업체들과 연대해 공동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르면 이달 발표될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최종안에 ‘중국 내 장비 반입 허용 연장’ 등 우리 기업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된 내용이 확정되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다. 미국과 경제안보 분야 보조를 맞추면서 중국 리스크도 관리하는 유연한 접근법을 구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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