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이 42년 만에 한국을 찾아 18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한미 양국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핵협의그룹(NCG)을 열고 핵우산의 공동기획, 협의, 이행 등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를 논의한 시점이었다. 북한은 어제 새벽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기습 발사하며 맞불 무력시위에 나섰고, 윤석열 대통령은 켄터키함에 직접 올라 ‘압도적이고 결연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켄터키함의 부산 기항은 ‘워싱턴 선언’에서 약속한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의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3대 핵 전력 중 하나인 SSBN이 해외 기지에 기항하고 외국 정상의 내부 시찰을 허용한 것, 은밀히 잠행하는 이 전략자산의 움직임을 언론에 공개한 것 모두 전례를 찾기 어렵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미국의 대북억제 공약에 대한 한국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동시에 담겨 있을 것이다. 한미 양국은 NCG 공동발표문에서 “북한의 어떠한 핵공격도 북한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가 본격화할수록 북한의 반발성 무력시위는 더 잦아지고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어제 새벽 발사한 미사일만 해도 방향만 남쪽으로 틀면 켄터키함이 기항 중인 부산 기지에 정확히 닿는 거리다. 앞서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발사한 북한은 그들이 말하는 ‘전승절’ 70주년 기념일인 27일 전후로 한층 강도를 높인 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점에 주한미군의 월북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핵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평양이 대화를 거부한 채 도발을 지속하는 한 한미의 대비태세는 강화할 수밖에 없다. 양국은 돌발변수에 휘둘리지 않도록 안보 상황을 관리하되, 확장억제의 실질적 이행 역량들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NCG의 상설기구화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 또한 강력한 억지력의 바탕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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