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이번 홍수 피해를 계기로 지난 정부가 환경부로 이관한 물 관리 업무를 국토교통부로 재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전엔 국토부가 수량 관리를 통한 홍수·가뭄 예방 업무를 해왔는데 수질 관리를 하는 환경부가 국토부의 수량 관리 업무까지 맡은 후로 장마철 홍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이 “물 관리를 제대로 못 할 것 같으면 국토부로 넘기라”며 환경부 장관을 질책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정부가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한 후 큰 수해가 날 때마다 환경부의 치수 역량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최근 집중호우로 오송 지하차도 침수의 원인이 된 미호강을 비롯해 지역 하천 170곳의 제방이 유실됐다. 2020년 장마 때는 섬진강댐 수위를 미리 낮추지 않아 160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하지만 국토부가 물 관리를 할 때도 크고 작은 수해는 있었다. 환경부가 하천 관리까지 하게 된 것도 2018년 역대 최장 장마로 물난리가 난 것이 계기였다. 국토부로 물 관리 업무를 재이관한 후 수해가 나면 그땐 또 누구 탓을 할 건가.
현재 환경부에는 국토부에서 물 관리 업무를 하던 공무원 300명이 넘어와 일하고 있다. 환경부의 치수 역량이 문제라면 ‘국토부로 원상 복귀’를 주장하기 전에 조직 관리와 예산 배분에서 수량과 수질 관리라는 물 관리 목표 간 균형을 잡고 있는지 점검해 개선책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환경부와 국토부를 오락가락하면 안정적인 물 관리에 오히려 방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물 관리 실패라는 인재(人災) 못지않게 기록적인 강수량 자체가 홍수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하천의 중요도에 따라 80∼200년 만에 한 번 오는 홍수에 대비한 지금의 방재시설 설계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3만 ㎞에 달하는 3800여 개 하천을 국토부, 환경부, 행정안전부가 쪼개 관할하고 다시 지방자치단체에 위임, 재위임하는 분절된 하천 관리도 손봐야 한다. 이렇게 꼭 필요하지만 어려운 방재 인프라 재정비는 놔두고 ‘전 정부의 환경부 이관 탓’ 같은 쉬운 희생양 찾기에만 몰두한다면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없고 정치적 갈등만 키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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