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바퀴에서 타이어를 제외한 부분을 흔히 ‘휠’이라 부른다. 강철이나 알루미늄처럼 강성 높은 소재로 만들어진 휠은 타이어와 함께 차의 무게를 버텨낸다. 그리고 차량 구동축과 연결돼 회전하면서 차가 움직일 수 있게 한다.
휠은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중요한 부품이다. 휠의 크기와 색, 바큇살(스포크) 모양 등은 차량 디자인에서 결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지름이 큰 휠을 장착하면 연료소비효율(연비)이 나빠지는데도 더 큰 휠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큰 휠을 끼운 차의 옆모습이 훨씬 더 멋스럽다는 이유다.
최근의 휠 디자인은 중심과 바깥면(림)을 단순한 형태의 바큇살로 연결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뤘다. 단순하면서도 역동성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그러면서 탁월한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고급차의 휠은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된 휠 안쪽을 훤히 드러내는 경우도 많았다. 때로는 휑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휠 디자인은 갈수록 커지는 휠 사이즈와 함께 차의 역동성을 도드라지게 하는 요소였다.
전기차의 확산은 이제 이런 휠 디자인의 흐름까지 바꿔놓고 있다. 휠에서 비어 있는 공간의 비율, 곧 개구율을 낮추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개구율이 높은 휠은 차가 빠르게 달릴 때 그만큼 많은 공기가 유입된다. 제동 과정에서 마찰열 때문에 달아오르는 브레이크를 빨리 냉각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공기저항 측면에서는 그만큼 불리하다.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이런 단점이 미세한 연비 저하로 이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1회 충전 주행거리가 핵심 스펙이 된 전기차에서는 공기저항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일이 지상 과제로 떠올랐다.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면 기꺼이 휠의 빈틈을 메우는 것으로 방향이 달라졌다.
요즘 나오는 전기차의 휠은 테두리 등 바깥 부분을 편평하게 막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삼각형이나 바람개비 같은 기하학적인 디자인 요소를 활용하기도 한다. 얼핏 보면 뚫려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까만 플라스틱으로 여기저기를 막아놓은 휠도 있다. 디스크 브레이크가 잘 안 보일 정도로 틈이 작은 휠을 장착했다면 전기차라고 짐작해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전기차라고 해서 확 트인 디자인의 휠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용성과 친환경성을 앞세우던 전기차에서도 조금씩 강력한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모델들이 등장하는 상황은 휠에 또 한 번의 변화를 요구한다.
무거운 배터리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20%가량 더 무거워진 전기차에서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구현하려면 오히려 예전보다 더 강력한 제동능력이 필요하다. 빈틈을 막았던 휠에서 다시금 틈을 만들어서 냉각 성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기아의 전용 전기차 EV6는 일반 모델과 고성능 모델(GT)에서 확연히 다른 휠을 쓴다. 전기차 때문에 새로워지던 휠 디자인은 이제 얌전한 전기차의 휠과 거친 전기차의 휠로 또 한 번 갈라지려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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