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 당시 경찰의 출동 여부를 놓고 국가기관 간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1일 국무조정실은 경찰이 112 신고를 받고도 현장에 출동 자체를 하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112 신고 처리 시스템엔 출동한 것처럼 허위 입력을 했다며 경찰관 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현장 순찰차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어제 충북경찰청은 브리핑을 열고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7시 4분부터 약 2시간 동안의 출동 상황과 오송파출소 순찰차 이동 동선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다른 신고를 받고 출동해 교통 통제를 하던 순찰차는 오전 7시 58분 ‘궁평지하차도 통제가 필요하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10분 뒤 궁평1지하차도를 경유해 궁평1교차로에 도착했다. 순찰차가 궁평2차도가 아닌 1차도로 잘못 가긴 했지만 출동하지 않거나 허위 보고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충북청은 신고를 받은 충북청 112상황실이 신고 지역을 ‘궁평2지하차도’로 특정해 순찰차에 전달했다고 했다. 충북청은 장소를 제대로 알려줬는데 파출소 순찰차가 잘못 출동했다는 뜻이다. 인재이자 관재에 해당하는 참사 대응을 놓고 국조실은 경찰에, 도경은 일선 파출소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한마음으로 참사 수습에 열중해도 모자랄 판에 국가기관끼리 진실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다.
일선 현장 실무자의 과실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정부의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이번 참사는 중앙정부를 비롯한 재난 대응기관의 총체적 부실 때문에 빚어진 인재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사고가 터지면 현장 인력을 강하게 질타하고 수사와 감사를 통해 일부 실무자만 엄벌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번에도 반복돼선 안된다.
단순히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차원을 넘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난관리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 개선도 필요하다. 위기 징후 무시, 유관기관의 공조 실패와 책임 떠넘기기, 무용지물이 된 재난안전통신망 등의 문제가 왜 반복되는지 짚어야 한다. 참사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고민 없이 희생양을 찾는 접근만으로는 또 다른 재난에 대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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