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등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교권 보호 여론이 거센 가운데 대통령이 어제 교권 강화 대책을 주문하면서 학생인권조례를 겨냥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 장관도 21일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며 조례 개정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어제는 “학생인권 중심의 기울어진 교육환경을 균형 있게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교권 침해의 주요 원인으로 진보 교육감들이 도입한 학생조례를 지목한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고 책임 조항은 빠져 있어 반쪽짜리 조례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체벌이 금지된 상황에서 조례로 상벌점제까지 폐지하는 바람에 교사들의 학생 지도가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교육감도 “책무성 조항 포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조례는 서울과 경기 등 6개 시도에서만 시행 중이다. 학생인권조례가 다른 학교 구성원의 권리를 경시하는 풍조에 일조했을 수는 있지만 전국 단위로 발생하는 교권 침해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선 교사들이 말하는 교권 침해의 주범은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이로부터 교권을 보호해야 할 제도적 장치의 부재다. 정당한 교육 활동과 생활지도에도 학부모들이 ‘정서적 학대’라며 아동학대죄로 고소하는 사례가 많고, 교권 침해를 호소해도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아동학대법에 면책 조항을 두거나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지 학생조례를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학생의 인권을 강조하면 교사의 교육권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교사와 학생을 경쟁하고 대립하는 관계로 보는 발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번에 교사들의 집단행동을 촉발한 초등 교사의 명확한 사인을 밝혀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경찰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학생인권조례부터 문제 삼는 것은 자칫 불필요한 정쟁을 유발할 수 있다. 지금은 차분하게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안전한 교육환경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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