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축량을 관리하는 희소금속 13종의 비축 일수가 평균 42일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목표 100일분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희토류 세계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은 이달 초부터 갈륨·게르마늄 등 반도체용 광물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언제라도 글로벌 자원전쟁이 본격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광물자원 확보를 담당하는 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13종의 희소금속 가운데 이차전지 핵심 소재 리튬의 비축량은 국내 소요량의 5.8일분이었다. 코발트는 12.4일, 마그네슘은 20.6일이다. 무역분쟁, 군사 갈등 등으로 갑자기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내 제조업체들이 정부 비축에 의지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6일∼3주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최근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의 반도체 관련 제재를 첨단산업에 쓰이는 원료자원의 무기화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세계 리튬 매장량 1위 칠레는 올해 4월 리튬 산업의 국유화를 선언하는 한편, 볼리비아·아르헨티나와 ‘리튬 트라이앵글’을 결성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역시 이차전지에 사용되는 니켈 세계 1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니켈 원광의 수출을 금지하고, 자국 내에서 제련된 니켈만 해외에 판매한다.
선진국들은 정부가 앞장서서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6년까지 약 9조1000억 원의 예산을 광물자원 확보에 투입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은 2조8000억 원 규모의 원자재 기금을 조성했다. 일본은 신흥국에 제공하는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해 해외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희소금속 비축예산은 올해 372억 원으로 작년보다 24% 줄었다. 비축할 기지까지 부족해 99%가 꽉 찬 상태다.
다급해진 우리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자원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칠레 기업과 장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그룹도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 공장을 짓기로 했다.
중국산 요소 수입이 멈추면서 화물차·버스의 오염배출 저감장치에 쓰이는 요소수가 부족해져 물류마비 위기를 맞았던 ‘요소수 사태’가 불과 1년 8개월 전이다. 당시 정부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가동하고, 비축도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허술한 대응으로는 자원 부국의 변덕에 휘둘리는 ‘을’의 위치에서 앞으로도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