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이 안 돼 ‘만년 과장’으로 제 팀에 온 선배가 있는데 저연차 직원들이 ‘불공정’ 이슈를 제기하더라고요. 연봉은 제일 높은데 업무 효율은 떨어지니 ‘월급 루팡’(월급 도둑)이라는 거죠.”
최근 리더급 대상 기업 교육 현장에서 부서 운영 시 가장 큰 애로사항을 물어보면 실적 압박에 앞서 더 큰 고민으로 꼽는 내용이 직원들의 성과 관리다. 각종 팀장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는 리더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더 커지고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특히 저성과자 관리가 기업 현장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로 등장한 배경에는 대내외적 환경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먼저 경기 침체, 경쟁 심화 등 혹독한 외부 환경 속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조직원 관리에 주목하게 된 기업이 많아졌다.
또한 최근 국내 기업의 인사 체계가 연공 중심에서 직무 및 성과 중심으로 전환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MZ세대 등 젊은 리더가 ‘삼촌뻘 팀원’과도 함께 일하게 된 달라진 조직 문화 속에서 새로운 조직 관리 유형에 대한 고찰이 절실해진 것이다.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강제 할당식 상대평가를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고성과자가 있으면 무조건 저성과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성과의 85%는 시스템적인 문제로 발생하고 불과 15%만이 구성원 자체의 문제로 생겨난다는 연구 결과를 소환해보면 처음부터 저성과자로 ‘태어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저성과자로 낙인이 찍힌 사람은 뭘 해도 잘못할 것이라는 ‘필패 신드롬’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반복적으로 ‘작은 성공’을 거둬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반대로 스스로를 저성과자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이 명명한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에 따르면 하위 25%에 속하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실력을 평균보다 높게 평가한다. 지식과 경험이 제한적이기에 오히려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겐 일을 주지 않거나 대신 해주기보단 자세한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 문제점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승진이 성과를 인정받는 유일한 통로가 되지 않도록 인재 육성 트랙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유능한 엔지니어가 임원이 됐는데 리더십이 부족해 ‘나쁜 상사’가 돼 버렸다’ 등 익숙한 사연들처럼, 무능력 때문이 아니라 주어진 직책과의 궁합 때문에 좌절을 맛보지 않도록 인재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때 고령 근로자 관리 등의 목적으로 일본의 대기업 중 절반이 도입 중인 ‘전문직 제도’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리더가 되는 관리자 트랙과 전문성을 갖춘 실무형 인재 양성 등 ‘투 트랙’을 도입해 리더가 못 된 ‘만년 과장’도 재조명되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이 성과 관리를 하는 궁극적 목적은 조직의 성장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저성과자로 낙인찍힌 구성원들이 다시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 돼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반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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