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서정보]한여름에 다시 유행하는 코로나… “아직 끝이 아닙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6일 23시 51분


확진자 수를 몰라도 코로나19의 유행 정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생활하수 속 코로나바이러스 농도를 조사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해 우리 정부도 올해 도입한 감염병 감시법이다. 7월 둘째 주(9∼15일) 검사에서 하수 속 바이러스 농도는 전주 대비 45% 늘었다. 실제 확진자 수도 19%가 늘며 하루 3만 명을 오갔다. 7월 18∼23일엔 6일 연속 4만 명이 넘었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코로나가 한여름에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원래 여름엔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낮아진다. 그럼에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무더위와 장마가 반복되면서 에어컨을 켠 실내에서 환기를 하지 않고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점이 꼽힌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환경인 것이다. 여기에 국내 및 해외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코로나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접촉 빈도도 늘었다. 우리나라만 유독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게 아니고 집계 시스템이 느슨한 외국도 비슷한 추세일 것이라고 한다.

▷백신 효과도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 맞은 백신은 6개월이 지나 효과가 대부분 사라졌다. 또 요즘 코로나 확진자의 90%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XBB 계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올 1월 인도에서 시작된 XBB 계열은 전염력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보유 중인 개량백신(BA1, BA4/5)은 XBB 예방 효과가 많이 떨어진다. 3차 이상 접종했다면 10월부터 예정된 XBB 대응 백신을 맞는 게 낫다.

▷무엇보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사라진 이유가 크다. 병원 등을 제외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자 사람이 밀집한 곳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감기 기운만 있어도 코로나 검사를 받던 사람들이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병·의원을 찾지 않는다.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병가 처리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픈 티를 내지 않고 회사에 나온다. 이렇게 ‘숨겨진 환자’는 새로운 전파원이 된다. 전문가들은 감염자가 현재 발표되는 숫자보다 최소 2배 이상 많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26일 코로나19 주간 위험도 평가를 27주 연속 ‘낮음’이라고 발표했다. 치명률, 중증화율 등이 평소처럼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자 증가 추세나 숨은 환자 등을 고려할 때 방역 조치를 일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확진자 격리를 권고에서 의무로 바꾸고, 동네 의원에서도 마스크를 쓰게 하는 것 등이다. 특히 고령자와 만성 질환자가 많은 요양시설의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이번 여름 ‘코로나 고개’를 어떻게 넘을지는 국민 각자의 몫도 크다. 당장은 사람 많은 곳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길이다. 노약자는 ‘반드시’다.

#다시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활동성#생활하수 속 코로나바이러스 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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