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전 70년, 서울과 평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7일 00시 00분


(상단 이미지) 정전협정 70주년 및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방한한 21개국 유엔참전용사 및 유가족 등 200여 명이 25일 오후 경기 파주시 DMZ내 판문점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 (하단 이미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에서 열리는 전승절(6·25전쟁 정전 협정)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25일 평양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받고 있다. AP 뉴시스
(상단 이미지) 정전협정 70주년 및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방한한 21개국 유엔참전용사 및 유가족 등 200여 명이 25일 오후 경기 파주시 DMZ내 판문점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 (하단 이미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에서 열리는 전승절(6·25전쟁 정전 협정)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25일 평양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받고 있다. AP 뉴시스
7·27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서울에선 방한한 6·25전쟁 참전 22개국 대표단과 노병 64명이 참혹한 전쟁으로부터 지켜낸 자유의 의미를 되새겼다. 노병들은 “참전은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며 대한민국의 발전에 감격했다. 반면 평양에선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했던 러시아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를 내세워 군대를 파병했던 중국 대표단이 북한과의 안보협력을 다졌다. 중-러 대표단은 북한이 ‘민족해방전쟁 승리’를 내세워 크게 기념하는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한다.

이 같은 서울과 평양의 풍경은 전쟁이 멈춘 지 70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남북 간 긴장과 갈등, 나아가 세계적 신냉전 질서 속에 뚜렷해진 동북아의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무차별 미사일 도발을 벌여온 북한이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중-러 대표단에 국경을 열고 벌이는 대대적인 열병식 쇼는 70년이 지나도록 전혀 달라지지 않은 군사적 호전성을 상징한다.

이번 중-러 방북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이끄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이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과 용병그룹의 반란 등 어수선한 전쟁 와중에 군 수장이 모스크바를 비운 것은 열병식 참석 외에 다른 목적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북한은 줄곧 러시아 편에 섰다. 무기와 탄약이 부족해진 러시아를 은밀하게 돕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북한으로선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빌미 삼아 대러 군사협력을 노골화할 수 있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의 첨단 전투기를 받는 위험한 거래가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어제오늘 평양에서 보듯 북-중-러 3국은 반(反)서방 독재국가 연대 전선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에 한미일 3국은 다음 달 워싱턴에서 정상회의를 열어 준(準)동맹에 비견될 결속을 다진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서 신냉전 전선이 본격화하는 형국이지만 한국이 마냥 그런 대결 구도에 끌려들어갈 수만은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와 안보에서 소홀할 수 없는 이웃 나라다. 가치외교의 강화 못지 않게 중-러를 변수로 하는 중층적 대외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북-러 간 군사적 밀착이 불러올 안보위협 요소를 사전에 걸러내는 한편 동맹과의 동행 역시 유연하게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


#정전 70년#서울#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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