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교실 창 밖 강 건너 마을 뒷산 밑에 보리들이 어제보다 새파랗습니다 저 보리밭 보며 창가에 앉아 있으니 좋은 아버지와 좋은 스승이 되고 싶다 하시던 형님이 생각납니다 운동장 가에 살구나무 꽃망울은 빨갛고 나는 새로 전근 와 만난 / 새 아이들과 정들어갑니다 아이들이 내 주위에서 내게 다가왔다 저 멀리 멀어지고 멀어졌다가는 어제보다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들이 마치 보리밭에 오는 봄 같습니다 (중략) 봄이 오는 아이들의 앞과 등의 저 눈부심이 좋아 이 봄에 형님이 더욱 그립습니다.
―김용택(1948∼ )
이 시를 쓴 김용택 시인은 초등학교 선생님을 38년 동안 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낼 때에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담은 동시집을 내기도 했다. 대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시인 선생님’이 퍽 많았다. 정지용 시인이나 김기림 시인도 선생님이었고, 정일근 시인이나 도종환 시인도 선생님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시인 선생님을 찾아보기 어렵다. 선생님의 일과가 시 쓸 틈도 없이 바빠서인지, 시인이 줄어들어서인지 알 수 없지만 교단에서 시의 사색과 로망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예전에 스승이란 어버이라고 했다. 가정의 어버이는 아이의 스승이었고, 학교의 스승은 아이의 어버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스승의 자리는 사라지고 ‘가르치는 자’의 자리만 남았다. 요즘은 나도 대체 불가능한 ‘우리 선생님’이 아니라 언제든 교체 가능한 메신저라는 생각에 씁쓸할 때가 종종 있다. 이 시처럼 대부분의 선생님은 아이들을 예쁘게 바라본다. 세상 많은 선생님은 좋은 스승이 되고 싶다. 그 마음을 기억하면서 오늘의 시를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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