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개교한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의 교직원들이 연구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시간외수당을 부정 수령하는 등 다수의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정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그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이유로 한전공대 이사회에 총장 해임을 건의하고 비위 관련자 6명에 대한 징계 및 83건에 대한 주의·경고 처분을 요구했다.
산업부의 감사 결과를 보면 교수, 직원 등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건수는 총 264건, 금액은 1억2600만 원에 이른다. 사실상 혈세로 운영되는 학교의 부정과 비위는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다른 대학의 감사 사례와 비교하면 총장을 해임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비위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 전 정부가 추진한 사업을 흠집 내기 위한 ‘표적감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전공대는 설립 단계부터 찬반 논란이 분분했다. 에너지 인재 육성과 기술 경쟁력 확보, 지역 균형 발전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게 찬성 논리였다. 반면 에너지 관련 학과가 개설된 특성화대학이 이미 많고 학령인구도 감소하고 있는데 굳이 대학을 설립해야 하느냐, 재원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야 할 한국전력의 누적적자가 40조 원을 넘는 상황에서 10여 년간 1조 원을 투입하는 게 적절하냐는 등의 비판도 제기돼 왔다.
현재 한전공대는 개교 1년여 만에 존폐까지 거론될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다. 감사원은 한전공대 설립이 적법한지 별도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고, 정부와 한전은 한전공대에 대한 출연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30%가량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다른 대학과의 통폐합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대로면 정상적인 대학 운영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세계적인 대학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의 미래와 학습권도 침해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전공대를 제대로 정상화할지 말지 방향성부터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존치하겠다면 설립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대로 지원하고, 필요 없다고 본다면 구체적인 대안과 계획을 내놓고 설득해야 한다. 한전공대는 여야 합의로 제정된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됐다. 감사와 지원 축소 등으로 우회적으로 압박할 게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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