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매매된 수도권 아파트 10채 중 4채가 아직 등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지역은 이 비중이 30%대에 그쳤지만 서울은 절반에 가까운 46%가 여전히 미등기 상태였다. 이는 부동산R114가 1월부터 이달 27일까지 실거래가 신고가 이뤄진 수도권 아파트 거래 8만8900여 건을 분석한 결과다.
특히 1분기에 매매 계약을 한 뒤 4개월이 넘도록 미등기 상태인 아파트가 10%에 육박했다. 이 중엔 의도적으로 집값을 띄우기 위해 높은 가격에 실거래가 신고만 하는 허위 거래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아 실태 조사가 요구된다. 계약 이후 잔금을 치르기까지 통상 2개월이 걸리고 잔금일 이후 60일 내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 하는데, 장기간 미등기라는 점에서 이상 거래일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집값을 올릴 목적으로 특정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허위 계약한 뒤 추격 매수가 붙으면 계약을 취소하는 편법 거래가 심심찮게 이어졌다. 등기 이전을 하지 않고 계약서만 쓴 상태에서 실거래가 신고를 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었다. 신고가로 계약했다가 6개월 후 해지한 비율이 올 1분기에도 44%가 넘는다. 매수인의 자금 사정이나 집주인의 변심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가 실거래가 띄우기와 연관돼 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자 정부는 25일부터 실거래가를 공개할 때 등기 여부를 표기하도록 했다. 대법원 등기 정보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연동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만으로 시세 교란 행위를 차단하기엔 부족하다. 실거래가를 조작하는 작전세력을 뿌리 뽑으려면 의심 거래에 대해 실시간 수준의 모니터링과 조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자본시장 수준으로 부동산 거래 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거래가 늘고 역전세난 우려가 잠잠해지면서 집값이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틈을 타고 실거래가 띄우기나 집값 담합 같은 시장 교란 행위가 기승을 부리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해 엄단해야 한다. 실수요자와 집 없는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반시장적 범죄를 근절하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 정상화도 기대하기 힘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