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낮 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지난 주말에만 열사병을 포함한 각종 온열질환으로 최소 1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는데 지난해 폭염 사망자인 9명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온열질환자 수도 급증해 최근 닷새간 357명이 더위를 먹고 병원을 찾았다.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1117명으로 늘어 지난해 기록(1564명)을 깰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은 태풍이나 폭우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는 자연재난이다. 정부가 2018년 호우 태풍 강풍 대설과 함께 폭염을 5대 법정 자연재난에 포함한 이후 4년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46명으로 전체 사망자(218명)의 67%를 차지한다. 나머지 4개 자연재해로 사망한 사람을 모두 합한 수보다도 많다. 폭염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더구나 올해는 슈퍼 엘니뇨 현상이 전 세계를 극한 폭염으로 몰아넣은 데다 한반도의 경우 예년보다 습도까지 높은 푹푹 찌는 더위가 이어지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온열질환자의 35%는 야외에서 일하는 농림어업이나 단순노무 종사자들이고, 연령별로는 27%가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지난 주말 폭염으로 숨진 이들도 대부분 충청도와 경상도 등지에서 뙤약볕 아래 농사일이나 벌초를 하던 70∼90대 고령자이다. 노인들은 특히 온열질환에 취약하므로 한여름 낮 시간의 야외 작업은 피해야 한다. 건강한 젊은이들에게도 폭염 속 노동은 위험하다. 야외 공사장에서 충분한 휴식 시간과 휴식 공간이 제공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지구 온난화보다 더한 ‘지구 열대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한 더위가 일상이 돼 가고 있다. 폭염은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낼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사회 갈등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된다. 태풍과 폭우 이상으로 폭염 피해 예방에도 힘써야 한다. 전국 건설 현장의 폭염 대비 안전도를 높이고, 쪽방촌을 비롯한 취약 주거지역에 이동목욕시설과 쿨링포그 같은 폭염 예방 시설을 확대하는 등 폭염 대비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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