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철근 누락’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15곳에서 추가로 확인됐다. 보 없이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무량판 구조에서는 보강 철근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빼먹은 현장이 6곳 중 1곳에 달했다. 부실과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자칫 큰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다.
어제 국토교통부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아파트 91개 단지 가운데 보강 철근을 누락한 15곳의 명단과 설계·시공·감리업체의 정보를 공개했다. 10곳은 철근을 설계 단계부터 빠뜨렸고, 5곳은 시공 과정에서 누락했다. 공사 과정을 감시해야 할 감리는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공사 중인 경기도의 한 단지는 보강 철근 154개 전부를, 입주를 마친 충북의 한 단지는 123개 중 101개를 빼먹었다.
철근 누락 아파트는 LH 현장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정부는 민간 아파트 300여 곳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하는데 부실 사례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형식적으로 점검할 게 아니라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제대로 보강해야 한다. 발주, 시공, 설계, 감리 등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도 철저히 밝혀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세계 4대 건설강국’을 외치는 대한민국에서 후진국형 부실이 이처럼 만연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 지난해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올해 인천 검단 사고까지 3년 연속으로 아파트가 무너졌다. 교량 붕괴, 서울 신축 아파트 침수, 부산 오페라하우스 균열·누수 등 공사 종류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를 줄이기 위해 원자재를 빼먹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올 정도로 불신과 불안이 팽배해 있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부실 공사는 살인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국의 건설현장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통해 부실 징후를 사전에 찾아내야 한다. 인허가 비리, 입찰 담합, 전관 특혜 등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고 단가 후려치기, 불법 하도급 등의 낡은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부실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는 강한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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