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헌법재판소가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공직선거법 제90조, 제93조 제1항 규정에 대한 개정안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해당 규정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확대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폐지 주장이 나오고 있었으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인쇄물 등을 선거일 전 180일 동안 제한하는 것을 선거일 전 120일로 그 제한 기간만 소폭 단축하는 수준으로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또한 현행 선거 기간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모임이 일절 금지되어 있는 공직선거법 규정도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집회·정치적 표현·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같은 날 개정안이 법사위로 넘겨졌는데, 그 내용이 선거 기간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향우회 등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모임 외의 모임을 개최할 경우 30명까지만 허용하도록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이런 기준을 적용한다면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 모임의 성격이나 참석자 수 등에 대한 판단이 많이 힘들 것 같아서이다. 이에 여야 모두 그 적용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것 외에도 요즘 국회 관련 뉴스를 보면 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을 위한 법을 잘 만들어 달라고 국회의원들을 뽑아놨는데, 이들이 국민의 의중을 제대로 읽고 있나 의심이 가기도 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구 획정 기한도 한참 지났다. 선거 때마다 선거일을 한 달여 앞두고 허겁지겁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정부 기관 중 가장 국민 신뢰도가 낮은 기관은 국회(24.1%)였다. 국민 4명 중 3명은 국회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국회나 정치 쪽 기사가 아니더라도 연일 상식을 뛰어넘는 흉흉한 사건 사고 소식과 이에 따라붙는 각종 혐오들로 국민들은 피곤하다.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원만큼은 국민의 의중을 잘 살펴 입법하여 정치 혐오를 느끼지 않도록, 좀 편히 살도록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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