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가 폭락 전 755억 팔아치운 키움 회장 형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3일 00시 03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모습.  2023.7.28. 뉴스1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모습. 2023.7.28. 뉴스1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다우데이타 주식을 대거 매도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뿐만 아니라 김 전 회장의 친형도 해당 주식 150억 원어치를 판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남부지검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친형 김모 씨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4월 초까지 다우데이타 주식을 매도한 정황을 포착했다. 다우데이타는 다우키움그룹 지주사로 4월 24일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중 하나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폭락 사태 이틀 전에 다우데이타 주식 1400만 주, 605억 원어치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한 것을 두고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친형이 다우데이타 33만 주, 150억 원 상당을 매도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두 형제가 처분한 주식은 755억 원에 이른다.

김 전 회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으며 주식 매각 대금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매도 과정에 불법이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형도 수개월간 분할 매도했고 3월 이전에 80%를 처분했으며 김 전 회장의 매도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 폭락 사태가 터지기 전에 대주주 및 그 가족이 주식을 팔아 수백억 원을 챙긴 것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회사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비정상적 주가 급등 과정을 묵인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이들이 주가 폭락 조짐이나 작전세력의 시세 조종 정황을 알고 있었는지, 미공개 내부정보 이용 등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최근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악재성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상장사 대주주와 임직원들이 주가 폭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개미투자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적발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적발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이 같은 위법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엄벌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시장 불투명성으로 개미들만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키움 회장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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