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용 반도체칩 제조업체 미국 퀄컴이 저조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해 주가가 급락했다. PC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드는 미국 AMD 역시 매출이 줄었다.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도 매출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기업들은 3분기 실적 전망도 낮추기 시작했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곧 반등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반도체 겨울’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퀄컴의 2분기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23%, 순이익은 52%나 줄었다.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이 원인이다. 퀄컴은 인력 감축, 비용 절감 방침도 밝혔다. AMD 매출은 18%, 순이익은 94%나 감소했다. TSMC 역시 2분기 매출은 10%, 순이익은 23% 줄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사정이 좋지 않다. 가격 등락이 심한 메모리 반도체 중심 사업 구조가 큰 부담이다. 6개월 넘게 감산했는데도 수요와 가격이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3분기에 적자 폭이 줄고, 이르면 4분기에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양사가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수요가 늘어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매출과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수출의 대들보인 반도체 불황은 경제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작년 10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다. 7월에만 1년 전보다 반도체 수출이 33.6% 감소한 게 치명타다. 우리 반도체의 60%를 사가던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반도체가 견인하는 수출 반등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상반기 시설·연구개발(R&D)에 39조 원을 투자했다. 한 번 주춤하면 TSMC 등 경쟁 업체와의 격차를 좁힐 기회를 영원히 놓칠 수 있어서다. TSMC 역시 파운드리 분야 독주체제를 굳히기 위해 설비투자에 23조 원을 쏟아 부었다. 미래의 생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투자 레이스’는 격렬해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 모두 투자 걸림돌을 치워줄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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