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시작된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해 어제 영내 활동이 전격 중단됐다. 행사장 전체가 폭염으로 펄펄 끓는데 더위를 피할 곳도 없고 화장실을 포함한 부대시설까지 열악해 준비 부족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에서 터져 나온다. 역대 최다인 158개국 청소년 대원과 지도자 등 4만3000여 명이 모여 야영생활과 문화체험으로 우의를 다지고 호연지기를 기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행사가 시작하자마자 혼란의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잼버리조직위에 따르면 2일 개영식에서만 139명이 쓰러져 이 중 108명이 온열질환자로 판명됐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어제까지 3일간 누적 환자는 최소 13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야영지 내에 마련된 병원은 환자들로 포화상태이고 의약품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폭염 피해는 새만금이 허허벌판 땡볕인 데다 매립지로 습도까지 높아 처음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그런데 야영장에 텐트 2만5000여 동을 그늘막도 없이 설치했다. 더위를 피할 곳도, 식수도 부족해 참가자들은 에어컨이 있는 실내 시설에 발 디딜 틈 없이 모여 “물이라도 실컷 마시게 해달라”고 하소연하는 상황이다.
다양한 국적의 참가 대원들이 “난민촌 같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에는 배수가 되지 않아 진창이 된 행사장,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샤워장, 저녁엔 불도 들어오지 않는 화장실 모습이 담겨 있다. 이를 본 해외 학부모들의 불만 여론이 들끓자 독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안전사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해 왔다고 한다. 새만금이 행사 개최지로 선정된 것이 6년 전이고 대회 공사비로 2000억 원이 투입됐다. 참가비가 1인당 100만 원, 총 430억 원이다. 그 많은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고 나라 망신을 자초한 건가.
원래 여성가족부 장관 주도로 준비해온 새만금 잼버리는 올 2월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합류해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해왔다. 안전과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한국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복수 위원장 체제가 결과적으로 행사의 책임을 분산시켜 서로에게 미루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 돼버렸다. 잼버리 행사는 12일까지다. 예정된 모든 행사를 무리하게 강행하기보다 폭염과 감염병, 안전사고 등 모든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남은 기간 참가자 전원이 안전하게 지내다가 귀가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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