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새로 이끌 수장으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사실상 확정됐다. 전경련은 22일 열릴 임시총회에서 류 회장을 추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1968년 이후 55년간 사용해온 기관명도 창립 당시 명칭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꿀 예정이다.
과거 ‘재계의 맏형’으로 불리던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그 과정에서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탈퇴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경제계 대화 파트너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미국·일본과 경제 관계 개선을 지원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올해 1월 허창수 GS 명예회장이 수장에서 물러난 뒤 비기업인 출신 외부 인사인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면서 혁신을 모색해 왔다.
이번 류 회장 체제 출범은 6년 넘게 난항을 겪어온 전경련의 정상 궤도 복귀 신호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정·재계를 비롯해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류 회장은 미중 경제패권 전쟁 속에서 대외적으로 한국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0년 이상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해 조직에 대한 이해도 높다.
하지만 한국 경제계의 대표 단체로 전경련이 위상을 되찾기 위해선 해결돼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위상 추락의 주원인인 정경유착의 폐습을 철저히 털어내고,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 장치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대기업 이익만 대변하는 모습, 정치권력과 기업의 물밑 소통채널 역할에서 탈피해 자유시장경제를 지키는 ‘싱크탱크’로 새 출발을 하겠다는 약속도 차질 없이 이행돼야 한다. 이런 변화 노력을 통해 4대 그룹의 회원사 복귀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등 기업인들이 1961년 이 단체를 처음 세울 때 썼던 이름이 한국경제인협회다. 우리 경제의 주춧돌을 놓은 기업인들은 기업 활동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사업보국’을 경영이념으로 삼았다. 대내외 환경의 급변으로 지금 한국 경제는 성장의 벽에 부딪혔다. 도전과 혁신으로 10년, 20년 뒤 나라의 미래를 열 기업인의 분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약화된 한국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는 주역으로 전경련이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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