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택근무로 가장 득을 본 회사는 영상회의 앱을 만든 줌이다. 1900만 명이던 하루 사용자는 코로나가 터진 뒤 3억 명으로 늘었다. 영상회의를 많이 해 생긴 스트레스를 ‘줌 피로(Zoom fatigue)’라고 부를 정도였다. 줌은 당연히 폭발적 성장의 기반이 된 재택근무를 옹호했다. 창업자인 에릭 위안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1월 사내 온라인 회의에서 “오늘날 근무는 더 이상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며 “직원들에게 근무지에 대한 유연성과 선택권을 부여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선언했다.
▷그랬던 줌이 최근 ‘사무실에서 50마일(약 80km) 이내의 직원들은 최소 주 2회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동료들과 만나 소통하는 근무가 효율성을 위해 좋다”는 이유를 댔다. 빅테크인 구글 아마존 메타도 최소 주 3회 출근을 강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같은 은행권이나 백악관 등 정부기관도 마찬가지다. 줌마저 돌아서면서 코로나19로 만개했던 재택근무의 퇴조가 뚜렷해졌다.
▷경영진이 재택근무에 부정적인 것은 생산성과 효율성이 낮아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동료와 소통이 부족해진다, 업무나 회사 문화를 배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동기 부여가 어렵다 등 다양한 이유가 거론된다. 숫자로도 입증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연구에 따르면 재택근무자의 생산성이 출근자보다 18% 낮았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5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 때 담당 직원이 직접 나오길 원하면서 정작 자신은 재택을 원한다는 건 위선”이라며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회사의 출근 지시에 대해 직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JP모건 운영위원회는 4월 ‘함께하는 것의 중요성’이란 글을 사내통신망에 올렸다. 임원은 주 5회, 직원은 주 3회 출근 안 하면 평가 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직원들은 ‘(회사가) 귀가 먹었나’ 등의 반발 댓글을 달며 제이미 다이먼 CEO를 비판했다. 댓글 창은 하루 만에 폐쇄됐다. 회사의 출근 방침에 맞서 아마존 직원 수백 명은 한 시간여 근무를 중단하는 시위를 벌였고, 애플과 디즈니 직원 수천 명은 재검토를 요청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다.
▷재택근무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권력 투쟁’에 가까울 정도다. 2년여간 시간과 신체에 대해 전례 없는 자유를 누린 직원들은 그 달콤함을 포기하기 어렵다. 반면 성과 저하를 체감한 회사 측은 재택, 출근을 섞은 근무라도 시키려고 한다. 코로나 시절 ‘대퇴사(Great Resignation)’ 현상을 막기 위해서 재택근무의 당근을 내밀었던 기업들이 이젠 ‘출근에 반발해 퇴사해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재택근무 논쟁은 우리에게 직장의 의미를 묻고 있다. 근로계약으로 업무만 수행하는 곳인지, 업무와 함께 사람들끼리 상호작용까지 하는 곳인지 말이다.
댓글 0